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승 2조 경기가 열린 1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함께 2조에 편성된 신다운과 이한빈(26·성남시청)은 세 바퀴를 남겨둔 시점까지 나란히 1, 2위를 달렸다. 이대로 경기를 끝낸다면 2위까지 주는 결승 진출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너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앞서 달리던 신다운의 스케이트가 갑자기 덜컹거리더니 그대로 넘어져 버린 것이다.
바로 뒤를 달리던 이한빈까지 신다운의 몸에 다리가 걸려 함께 얼음판에 나뒹굴면서 한국 선수단과 응원단의 함성은 일순간 깊은 한숨으로 바뀌었다. 앞서 1조에서 뛴 박세영(21·단국대)이 탈락한 상황에서, 남은 두 명까지 모두 탈락할 수도 있는 충격이 응원단을 덮쳤다.
다행히 이한빈은 억울하게 넘어졌다는 점이 인정돼 결승 진출권을 얻어냈지만, 이 상황은 남자 1500m의 메달 색깔을 결정지은 결정적 장면이 됐다.
동료와 함께 결승에 진출했다면 함께 상대를 견제하며 레이스를 펼칠 수 있었겠지만, 홀로 결승에 나서면서 이한빈은 최강의 경쟁자인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샤를 아믈랭(캐나다) 등과 힘겨운 경기를 해야 했다. 더구나 이한빈은 추가로 결승 출전권을 얻어 뒤에서 출발하는 바람에 초반 자리싸움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처했다. 결국 이한빈은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말았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