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희는 13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54초207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첫 코너에서 두 차례나 넘어지는 불운만 아니었더라도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그러나 박승희의 이날 동메달은 결코 의미가 작지 않다. 우선 여자 500m에서 결승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현재 한국 쇼트트랙이 얼마나 강력해졌는지를 잘 드러낸다.
경기 운영 능력보다 초반의 순발력 있는 자리싸움과 가속도가 중요한 500m는 전통적으로 한국의 ‘취약 종목’으로 꼽혀 왔다.
특히 한국 여자 선수가 500m에서 올림픽 결승에 오른 것은 박승희 이전까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의 원혜경 한 명뿐이었다. 20년 만에 박승희가 그 맥을 이은 것이다.
물론 여자 쇼트트랙에서 이 종목의 메달을 따낸 적은 한 번 있다. 1998년 전이경이 주인공이다. 당시 전이경은 준결승에서 탈락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으나 결승전의 출전 선수 네 명 가운데 두 명이 실격하거나 레이스를 마치지 못한 덕에 ‘어부지리’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쇼트트랙이 여자 500m에서 따낸 처음이자 마지막 메달이었다.
전통적으로 중국이 강세를 보인 여자 500m에서 한국 쇼트트랙은 원혜경과 전이경 이후 결승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준준결승에서 탈락의 쓴맛을 본 박승희가 4년 만의 재도전에서 결승전과 시상대에 동시에 오른 최초의 선수가 됐다.
앞으로 1000m와 1500m, 3000m 계주가 남아 있는 박승희는 “동메달이지만 만족한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