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SK건설 컨소시엄은 이라크 석유부 산하 석유프로젝트공사(SCOP)가 발주한 60억4000만 달러(6조4000억원) 규모의 카르발라 정유공장 수주 발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국내 컨소시엄은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공사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GS건설이 각각 40%, SK건설이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알제리에서도 조만간 국내 업체들이 33억4000만 달러(3조5400억원)에 이르는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이 높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대우인터내셔널 컨소시엄, GS건설·대림산업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단독으로 입찰한 삼성물산까지 포함하면 6개 발전소 중 5개 발전소를 국내 업체가 건설하게 된다. 지난 11일 쿠웨이트에서 GS건설·SK건설을 비롯한 국내 업체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거액의 수주를 확정한 데 이어 공동 수주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끼리 손을 맞잡기 시작한 것은 과열 경쟁에 따른 학습 효과의 영향이 컸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해외 수주가 급격히 늘면서 국내 업체 간 경쟁 역시 치열해져 저가 수주 논란이 불거졌다. 중동 지역 일부 발주처의 경우 국내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기도 했다. 국내 업체끼리 악성 소문을 내는 등 혼탁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출혈 경쟁의 결과는 고스란히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SK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해외발 악재로 인한 직격탄을 맞으며 ‘어닝 쇼크’가 발생했다.
공사 규모 자체가 커진 것도 공동 수주 흐름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이어져 발주 규모가 커지다 보니 한 회사가 전부 담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컨소시엄 구성 시 위험 부담을 나눌 수 있는 것도 건설사 간 짝짓기가 늘어난 이유다.
아울러 기술 및 경험 측면에서 국내 업체들이 크게 성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글로벌 업체와의 컨소시엄이 공사 수주에 유리했지만 국내 업체의 공사 경험이 축적되면서 지금은 국내 업체끼리만 컨소시엄을 구성해도 수주에 크게 불리하지 않게 됐다. 발주 지역에 따라 먼저 진출한 국내 업체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업체 간 컨소시엄 구성은 리스크 분담 차원뿐만 아니라 수주 과정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