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한일펌프 처음 본 국민들, 오지사람처럼 신기해했죠”

[쿠키人터뷰] “한일펌프 처음 본 국민들, 오지사람처럼 신기해했죠”

기사승인 2014-02-21 08:11:00

박창진 한일전기 영업본부장

[쿠키 생활] “‘한일~ 한일자동펌프, 물 걱정을 마세요~’지금의 40~50대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로고송이에요. 최근 TV 광고를 보면 오지 사람들이 펌프에서 나오는 물을 보고 놀라워하잖아요. 이건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우물가에서 물을 길어와야만 했던 60년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한일전기의 펌프는 신기한 물건이었죠.”

박창진 한일전기 영업본부장은 이곳 한일전기가 첫 번째 직장이다. 대학교 졸업 이후 첫 공채로 한일전기에 입사한 그는 인생의 절반가량을 한일전기와 더불어 살아온 셈이다. 서울 당산역 근처 한일전기 서울사업소에서 만난 박 본부장의 오래된 명함은 한일전기와 함께 해온 그의 시간을 말해주고 있다. 그는 한일전기가 국민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60년대 수입품 일색으로 소수 계층에서만 사용되던 펌프의 대중화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한일전기가 설립된 시기는 1964년. 박 본부장도 세살 어린아이였던 시기다. 한일전기는 한국전쟁 이후 폐허로 변해버린 국토 위에서 국내 최초로 자동펌프를 개발했다. 저수지에 물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기술부족으로 지하수를 개발하지 못했던 그 시절 한일전기의 자동펌프는 원활한 물 공급을 도왔다. 그 영향력은 지대했다. 개인 유통업자가 펌프를 독점하거나 제품공급이 일부 지역에 편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국가기관이 당사 업무를 직접적으로 관여했을 정도다.

“경남 진영 출신으로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켰던 창업주께서는 한국으로 돌아와 ‘고국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하셨어요. 그 결과 물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자동펌프를 개발하게 된 거죠. ‘생산으로 국가사회에 봉사한다’는 우리 회사 경영방침은 이때부터 시작된 거예요. 우리 회사가 생활가전업체로 발전하는 계기가 따로 있었다기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품들을 생산하는 가운데 지금의 한일전기로 성장하게 된 거죠.”

실제 한일전기는 자동펌프와 더불어 석유난로, 전기난로, 냉장고 등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업체기도 하다. 하지만 냉장고는 핵심역량을 한 곳에 집중하자는 회사방침으로 현재는 취급하지 않고 있는 품목이다. 1968년부터 한일전기는 펌프와 함께 선풍기, 렌지후드 등 다양한 제품들을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하지만 사업이 언제나 순탄치만은 않았다. 90년대 초반에 이르러 한일전기의 대표상품인 선풍기가 중국 저가제품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저렴한 중국 제품의 공세에 선풍기 시장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어요.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중국 선풍기를 OEM·ODM 방식으로 수입해왔죠. 한일전기만이 국내에서 선풍기를 생산하는 거의 유일한 업체가 돼 버렸어요. ‘한국시장을 놓치면 누가 국내 선풍기를 만들겠느냐’는 생각으로 우직하게 버텼으니까요. 신뢰를 쌓아가는 우리 모습에 소비자들도 다시 눈을 돌려 국내 제품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도 380만대 시장규모 중 60~70만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국제품이 유통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한일전기는 꾸준히 국내 근로자를 통해 선풍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는 “창업주께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며 “이러한 정신은 아직까지 우리 회사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세계 유수의 가전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와 있지만 우리나라에 특화된 제품들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게 박 본부장의 생각이다. 실제 한일전기는 스테인리스 믹서기, 마늘박피믹서기 등 우리나라에 적합한 제품들을 독자 생산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 생산기반을 둔 업체로서 끊임없이 가치 있는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지 않으면 우리의 존재가치는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3년 전 체온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초(超)미풍선풍기·초초미풍선풍기를 선보인 사례나 ‘오래된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헬로키티, 미피 등 다양한 캐릭터를 제품에 적용한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우리 한일전기는 ‘체인지 한일(Change Hanil)’을 모토로 내걸고 있어요. ‘메이드 인 코리아’에만 안주한다면 50년, 100년을 이어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근본적인 건 바뀌지 않아요. ‘생산을 통해 국가사회에 이바지한다’는 우리 회사의 기본 이념 말이에요. 이 이념이야말로 소비자들로부터 한일전기가 신뢰와 사랑을 받는 이유일 테니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기자 smw@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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