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대책' 효과 있을까?

'월세 대책' 효과 있을까?

기사승인 2014-02-26 23:25:00
[쿠키 경제] 정부가 26일 발표한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은 최근 임대차 시장의 흐름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대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이동하고 있지만 그간 전세 위주의 임차인 지원으로 전월세간 주거비 불균형이 지속되자 월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것이다. 또 연일 상승하고 있는 전세 시장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해 임대 시장의 균형을 찾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담겨 있다.

◇정부 임대차 정책 전환=정부는 근래 들어 임대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세와 비교할 때 월세 임차인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년 1월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35.4%였다. 그런데 지난해 42.3%로 40%를 넘었고 올해 1월에는 46.7%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2년 사이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11.3% 포인트 높아질 정도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월세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월세 소득공제 제도가 있음에도 집주인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마저도 제대로 실시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월세의 주거비는 거주 유형별 주거비 수준을 비교할 때 가장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 의하면 거주유형별 주거비 수준은 월세, 자가, 전세 순이다. 그간 정부가 전셋값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저리의 전세 대출과 공적 보증 등 지원을 강화해온 영향이다. 아울러 최근 전세대출은 연간 20% 이상 급증해 가계 대출악화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저리의 대출은 다시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전셋값 상승에 맞춘 단기 방안이 아닌, 보다 구조적인 대응 방안으로 월세 지원 강화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대출지원 위주의 전세 임차인에 대한 지원방식을 재검토해 전세 수요를 줄이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부 합동 발표에서 “전세가격의 높은 상승세는 임대인은 월세를 선호하고 임차인은 주거비 부담이 적은 전세를 선호하는 수급 불일치 때문이다”며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임대시장의 수급 구조를 개선해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임대시장을 안정시킬 구조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장에 미칠 영향은=정부는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점차 해소돼 향후 전월세 가격이 소비자 물가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전세 대출이 축소되고 월세 부담이 완화돼 가계 부채 경감과 소비 활성화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도 포함하고 있어 임차인의 세제 지원 방안과 관련한 임대인의 거부감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단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방향에서는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월세 시대를 맞이하는 전(全) 정부차원의 대비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월세의 경우 그간 역차별을 당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방향성 측면에선 맞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대인의 세원 노출로 인한 혼란과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간 대부분의 임대인이 월세 수입이 있어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소득세도 내지 않았던 만큼 집주인 입장에서는 “웬 날벼락이냐”는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세액 공제가 시행되면 임대인이 소득세 부담을 이유로 월세를 올리는 조세 전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도태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월세 가격 추이를 보면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세 전가를 하려면 임대인이 우위에 있는 시장에서 가능한데 월세가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쉽게 전가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부안이 전세 수요자들을 ‘배제’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전세보다 월세에 대한 주거비 부담이 큰 데도 정부가 너무 일찍 월세 시대를 기정사실화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월세로의 전환에 따른 충격파를 흡수할 장치를 보다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일 상승 중인 전셋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김현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