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러시아 제재 놓고 미국·유럽 동상이몽

‘우크라이나 사태’ 러시아 제재 놓고 미국·유럽 동상이몽

기사승인 2014-03-06 21:40:01
[쿠키 지구촌] 미국, 유럽이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러시아 제재를 놓고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빠져 있다. 러시아와의 경제교역 등 각기 이해관계가 달라 제재 수위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유럽 내에서조차 강경파와 온건파가 나뉠 정도다.

근래 몇 년 간 국제사회가 경제적 제재를 가한 이란과 미얀마의 경우 미국, 유럽이 한마음이 돼 고강도로 제재가 진행됐다. 중앙은행은 물론 이란, 미얀마와 거래하는 외국기업까지 제재 대상이 돼 철저히 고립시켰다. 미국은 러시아도 이란, 미얀마 사례처럼 강도 높게 제재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 경제가 러시아와 깊숙이 얽혀 있어 미국이 원하는 대로 제재했다간 유럽이 거꾸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옛 소련 붕괴 후 유럽과의 ‘에너지 무역’을 통해 큰 돈을 벌었다. 지난해 1~9월 유럽연합(EU)은 러시아로부터 2140억 달러어치 천연가스와 석유를 수입했다. 중국 다음으로 의존도가 높다. 또 EU의 교역국 가운데 러시아는 네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주로 자동차, 식료품 등을 판다.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당장 유럽에 에너지 부족과 가격 급등을 의미한다. 현재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고강도 제재 추진이 달가울 리 없다. 특히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가 미국에 제동을 걸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에 대해 비자 자유화 및 무역협정 협상 중단 같은 약한 제재안만 고려 중이다. 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긴급 정상회담에서도 러시아 제재 수위에 대한 결론은 내지 못한 채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핵심 측근들에 대한 자산 동결 조치만 확정했다.

반면 미국은 러시아와의 교역량이 전체 중 1% 밖에 안 된다. 러시아 제재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상대적으로 적다. 러시아 제재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미국도 물론 피해를 볼 수 있지만 미미한 편이다.

결국 미국과 유럽, 또 유럽 내 국가들 간 이견으로 러시아 제재는 ‘강펀치’ 대신 ‘잽’만 날리다가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알렉스 스터브 핀란드 유럽담당 장관은 “EU가 궁극적으로 러시아를 상대로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은 거의 없으며, 러시아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EU 긴급 정상회담 준비에 관여한 EU 고위관리는 “독일 등은 러시아 제재에 나섰다가 러시아에 보복당할 거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각국의 미묘한 기류로 5일 열린 미국, 러시아간 첫 협상도 성과 없이 끝났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레바논 국제지원그룹 회의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으나 입장차만 드러냈다. 특히 미국이 이번 협상에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의 안드레이 데쉬차 외무장관을 참여시키려 했으나 러시아가 반발해 무산됐다. 케리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또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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