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세계 자동차 생산 5위국임에도 튜닝 산업에선 걸음마를 겨우 뗀 상태다. 미국의 튜닝 시장이 35조원인 것을 비롯해 독일(23조원), 일본(14조원) 등 자동차 강국은 모두 튜닝 산업이 함께 발달돼 있다. 벤츠, 도요타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도 튜닝 부품 개발 및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 규모는 미국의 10분의 1에 이르지만, 튜닝시장은 미국의 70분의 1 수준인 5000억원 규모로 아주 협소하다. 정부는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 규모를 감안할 경우 튜닝시장이 4조원 정도로 확대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튜닝 산업에 대한 인식 부족과 정부 규제가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현재는 자동차 구조·장치 중 국토교통부령이 정하는 것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승인 대상이 여전히 많다. 승인이 필요 없는 구조·장치 변경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불법 튜닝이 되는 사례도 많다.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승인 절차도 복잡하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이런 문제점을 수용해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종합대책’을 내놨다. 승인이 필요 없는 구조·장치 변경 대상을 확대하고 민간 자율의 ‘튜닝 부품 인증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실제 지난해 말 ‘화물차 바람막이 설치’ 등 승인 없이 변경 가능한 튜닝 대상이 일부 확대했다. 승인 절차 간소화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도 멀다. 튜닝업계부터도 신속히 통합할 필요가 있다. 튜닝 관련 양대 단체인 한국자동차튜닝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는 현재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각각 따로 등록돼 있다. 두 협회가 부처를 달리해 등록돼 있어 업계의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21일 “이제 튜닝 관련 규제 완화를 본격화하는 단계인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시장 자체가 쪼개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튜닝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독일차 전문 튜닝업체인 아승오토모티브의 서지훈 이사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튜닝 제품을 쓰는 데 부정적이지만 안전이 검증된 부품은 차량 판매에도 도움이 되는 등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요소도 많다”며 “업체들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