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병환자 자살문제 심각…방안 없나?

조울병환자 자살문제 심각…방안 없나?

기사승인 2014-03-27 14: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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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건강] 조울병에서의 자살 시도는 전체 환자의 약 25~50%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증 상태보다는 우울한 상태와 혼합형 상태에서 발생하는데, 기분이 들떠있을 때 보다는 기분이 저하되었을 때에 더 자주 일어난다. 특히 한국은 2006~2012년까지 자살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할때 여전히 높은 편이다.

2001년에 보고된 조울병 환자의 질환별 사망률(Osby et al, Arch gen psychiatry) 가운데서도 자살이 비조울병 환자 대비 남성이 15배 여성은 22.4배로 가장 높았다. 이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남성 1.9배 여성 2.6배인 것과 비교했을 때 약 30배 많은 수치로, 조울병에서 나타나는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발간된 정신과 가이드라인인 DSM-5에도 조울병 환자가 정상인에 비해 자살 위험도가 15배 가까이 높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자살의 원인 가운데 4분의1이 조울병이며, 과거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거나 우울증상을 경험했던 환자에서도 자살 위험도가 크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울병 환자의 자살문제가 전세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조울병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Bipolar Disorders, ISBD)의 제16차 연례학술대회에서는 'Suicide in Bipolar Disorder: an ISBD task force report' 라는 주제로 각국 전문가들이 조울병 환자의 자살에 대한 원인과 사회적·의학적 측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더불어 ISBD의 테스크포스(TF)가 구성한 조울병 환자의 자살 관련 데이터도 발표됐다.

TF가 연구논문 37개 및 메타분석을 토대로 조울병에서 나타난 자살 성향과 유병률 등을 10년간 비교·분석한 결과, 조울병 1형과 2형에 따라 자살 시도율에 차이가 있었다. 울증이 조증보다 더 많은 1형에서는 자살 시도율이 33.9%, 우울증과 함께 살짝 들뜨는 경조증 증세를 동반한 2형 환자에서는 28.6%가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조울병 환자가 정상인에 비해 자살위험도가 20~30% 가량 높았으며, 주요 우울장애(MDD) 등 다른 병력 소견을 가진 환자보다도 많았다. 자살 시도 시 사용된 방법에는 음독자살이 30~8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손목자상과 자해(5.6~22.7%) 뛰어내리기(4.8~13.2%) 순이었다.

브라질 상파울로의대 Doris Moreno 교수는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조울병이 다른 정신건강질환 환자보다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면서 "이는 공공보건적 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임상에서도 더 세밀한 검토와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전 세계 조울병 환자의 자살률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맞춤 치료전략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캐나다 써니브룩헬스사이언스센터 Ayal Schaffer 박사는 "자살 예방을 위한 캠페인과 체계적인 상담 서비스 등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자살 시도 및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은 여전히 암, 심질환, 뇌졸중 다음으로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어 끊임없는 연구와 다양한 치료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원인에는 우울증, 불안장애, 유전적 요인 등 매우 다양하지만, 조울병 환자에서 자살이 가장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적 접근에 대해서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Lakshmi Yatham 교수가 약물 및 상담치료를 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Yatham 교수는 "장기적인 약물치료에서 리튬을 사용하면 자살률을 낮추는데 효과적이고, 간질치료제는 자살위험도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조울병 환자에게 항 우울제를 사용하면 자살위험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환자의 상태 변화를 세밀히 파악하고 환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TF는 조울병 환자에서 발생하는 자살 실태를 알리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2020년까지 자살률을 절반 가까이 줄이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박미라 기자 mrpark@monews.co.kr

송병기 기자
mrpark@monews.co.kr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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