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원종욱 교수, 영국 랭카스터대 스티븐 베번 교수 “근골격계 예방, 비용지출 아닌 투자”
[쿠키 건강] 국민 3분의 1이 근골격계질환으로 진료를 받았고, 다수의 근골격계 질환이 건강보험 다빈도상병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 등 정부의 대책이 부재한 상태였고, 기업에서도 이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일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 관리' 관련 국회토론회에서 연세의대 원종욱 교수, 한림의대 김현아 교수, 영국랭카스터대 스티븐 베번 교수 등 다수 전문가들은 "발병 후 치료하는 것보다 조기 예방을 하게 되면, 직장에서의 생산력은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상당히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 건강보험 청구자료에 따르면 근골격계 질환 진료인원은 1487만명으로 전체 진료인원의 3분의 1에 달했으며, 다빈도 상병 100위 중 근골격계질환은 기타추간판장애 5위, 무릎관절장애 9위, 기타 척추병증 12위, 요추 및 골반 관절, 인대 등 탈구 및 염좌 15위, 어깨병변 18위 등을 차지했다.
외래다빈도 상병 급여에서는 14위 등통증, 19위 기타연조직 장애, 23위 무릎 관절증, 29위 요추 및 골반 관절 탈구및 염좌 등 근골격계질환이 상위권에 분포했다. 직업병 중 근골격계 질환 환자가 70%에 달한다. 원종욱 교수는 "사회적인 여건이나 근무환경 탓에 제대로 산재를 신청하지 못한 환자까지 합차면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취업자 근로환경조사에 따르면, 업무로 인해 유발 또는 악화돼 1일 이상 결근(병가)이 상지 31%, 하지 14%, 요추 7% 등 근골격계질환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절반에 달했다.
치과의사의 경우 목 통증을 느낀 경험이 82%, 어깨 68% 등으로 높았고, 이중 업무방해가 된 경우가 55%.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26%였다. 전화교환원은 어깨 65.2%의 통증 호소가 많았고, 자동차조립 직원은 허리통증이 41%를 앓고 있었다.
김현아 한림의대 교수(대한류마티스학회 보험위원회 이사)가 실시한 무작위 현장심층조사에서도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직장인이 많았다고 보고했다. 조사 결과, 근무자 중 온몸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이 12%였고, 2~3가지 적은 부위의 통증을 느끼는 노동자도 40%에 육박했다. 아프지 않은 직원들은 30~40%에 불과했다.
또 "류마티스 관절염 코호트를 보면, 강직성척추염, 퇴행성관절염 등의 삶의 질 영향의 현저한 저하가 나타났다"며 "근골격계질환은 제대로된 치료와 조기 치료가 상당히 중요하다.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완전히 다른 경과를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 교수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근골격계 위해 요인 조사하고, 이를 관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단 유해요인 조사 등 예방사업을 실시하고, 조기 진단 및 요양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지부, 국가 손실 방지 위해 '예방'사업 시작
스티븐 베번 교수 역시 "요통,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은 삶의질에 영향을 미치고, 근로생산성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서 "근골격계질환자들의 사회 복귀와 근로를 위해서는 정부와 직장의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기진단, 조기치료를 하면 영구장애 발생률을 40% 줄일 수 있고, 헬스케어 관련 비용 및 이용도 절반 가까이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1차의료기관과 직장, 정부 등에서 협업을 통해 노동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들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만의 적절한 예방책을 속히 제작하고, 이를 정부는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이재용 질병정책과 과장도 "그간 복지부에서 거의 관심받지 못한 분야였다"며 "생산가능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부가가치창출이나 국가발전을 위해 이제는 노동인구를 관리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부는 노동 현장에서 지도 및 교육을 하고, 복지부에서는 국가적인 조기 개입에 관한 인프라를 설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과장은 "현장의 실태조사와 질병으로 인한 사회 및 개인 부담 등을 파악하고 이를 예방, 치료, 재활하는 제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서민지 기자 minjiseo@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