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은 같은 해 4월 교수 채용 공고를 냈다. 당시 다른 교수가 ‘김 원장이 제자를 마음에 두고 있으니 채용을 미루자’고 건의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한국무용 분야에는 모두 38명이 지원했는데 실기심사까지 통과한 이는 정씨가 유일했다. 정씨는 평균 85점을 훨씬 웃도는 93.8점을 받았다. 김씨는 당시 전공심사위원장으로서 심사를 총괄했다. 정씨는 결국 그해 8월 교수 임용 통지를 받았다.
김씨는 정씨에게 “총장님한테 ‘5개’ 정도는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5개는 5000만원을 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김씨는 2억원이 입금된 통장을 건네받았다. 인출할 때 쓸 현금카드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지도 전달됐다. 김씨가 요구한 5개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본인 몫까지 포함된 금액이었다.
정씨의 남편인 사립 S대 교수 김모(55)씨도 인맥을 동원했다. 김씨는 같은 해 4월 동료 교수였던 조희문(57) 전 영화진흥위원장을 만나 “박 총장에게 잘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조 전 위원장은 박 전 총장의 대학 동문이다. 그는 박 전 총장에게 수차례 청탁 전화를 걸었으며, 김씨에게는 “잘 될 것”이라고 전해줬다. 조 전 위원장은 이 대가로 2000만원을 받았다. 또 교수 채용 이후 박 전 총장에게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현금 1억원을 추가로 챙겼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전 한예종 무용원장 김씨와 조 전 위원장을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교수로 임용되려 모두 3억2000만원을 쓴 정씨 부부는 불구속 기소했다. 정씨는 2년 동안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10월 재임용을 거부당해 현재 이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박 전 총장의 경우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하는 데다 뒷돈이 건네진 흔적이 나오지 않아 무혐의 처분됐다. 검찰은 ‘배달사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와 조 전 위원장은 돈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한예종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수사 의뢰한 건에 대해서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연구비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지난 2월 자살한 한예종 이모(57) 교수에 대해서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한예종은 잇단 비리에 최근 ‘학교비상쇄신위원회’를 설치하고 근본적인 쇄신안을 마련키로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