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탈북자들의 운명 결정되는 관문…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 공개

[르포] 탈북자들의 운명 결정되는 관문…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 공개

기사승인 2014-04-06 21:32:00
[쿠키 사회] 경기도 시흥의 모처에는 간판도 이름도 없는 정체불명의 회색건물이 있다. 국가정보원의 ‘중앙합동신문센터(센터)’다. 탈북자들을 조사하는 이 곳은 청와대와 동일한 ‘가’급(최고 등급) 국가보안목표시설로 분류되고 있다. 최근 센터 내 가혹행위 논란이 끊이지 않자 국정원은 지난 4일 이례적으로 센터를 언론에 공개했다.

철조망이 감긴 2미터 높이의 담장과 검은 옷의 경비원들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다. 기자들의 신원 확인이 끝나고 두꺼운 철문이 열리자 보이는 건 온통 태극기다. 가로등마다 두개씩 태극기가 좌우로 휘날렸다. 길옆에도 태극기가 그려진 바람개비 수십여개가 돌고 있었다. 잔디밭에는 소형 태극기를 꽂아 한반도 모양을 만들었다. 조사실과 생활실 내부에도 태극기는 빠지지 않았다.

센터는 자유를 찾아 온 탈북자들이 우리 땅에서 공식적으로 머무는 첫 공간이다. 들어오는 건 자유지만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누구도 허락 없이 이 곳을 나갈 수 없다. 대개는 1~2개월 머물며 하나원 입소를 준비하지만 대공 의심인물은 최장 6개월 동안 조사를 받는다.

입소 후 건강관리를 받는다. 재북·탈북 과정에서 전염병에 걸린 이들이 많다고 한다. 심신의 안정을 찾으면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다. 통상적인 경우 조사는 5일 안에 끝난다. 탈북자들은 이 기간 격리된다고 한다.

탈북자들은 4인실에서 지내다 조사를 받는 기간에는 1인실(독거방)로 옮긴다. 1인실은 16㎡(5평) 정도의 고시원과 흡사한 구조였다. 방안에 벽걸이 TV, 책상, 에어컨, 달력, 침대, 시계 등이 비치 돼 있었고 간단한 샤워 시설이 구비된 화장실도 있었다. 중요 정보를 갖고 있는 북한 주요 인사나 진술이 자꾸 바뀌어 장기간 조사를 요하는 탈북자의 경우 10평 규모의 생활실에서 지낸다. 이 곳은 조사 공간이 방과 연결 돼 있어 보다 강도 높은 조사가 가능하다.

조사실은 생활실보다 조금 넓었다. 조사관이 탈북자를 마주보고 신문할 수 있도록 방 가운데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컴퓨터와 TV, 탈북경로를 파악하기 위한 지도 등이 비치돼 있다. 조사실에는 CCTV가 설치되 전 과정을 다른 방에서 모니터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중요 대북첩보가 있는 탈북자는 합동 조사실을 이용한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동생 가려씨도 이 곳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가 끝나면 다시 4인실로 옮겨 하나원 입소를 준비한다고 한다.

센터에는 현재 탈북자 350여명 정도가 머물고 있었다. 센터 입소자 70% 정도가 여성이다. 함경북도, 양강도 등 중국 접경지역 출신이 많다. 탈북자들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생님(국정원 조사관)들이 항상 잘해주신다”며 “폭행이나 가혹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5일간의 조사를 마치고 하나원행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측은 “국정원이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의 범죄행위에 대한 비난여론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센터를 공개했다”고 반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문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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