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747 시대 저무나… "점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B747 시대 저무나… "점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기사승인 2014-04-07 01:38:00
지난달 31일 오후 3시 15분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 전일본공수(ANA)의 NH126편 B747-400D가 착륙했다. 대기하고 있던 소방차가 비행기 양쪽으로 물을 뿌리자 무지개가 그러졌다. 일본의 마지막 B747 여객기로 이날 21년 간 운행을 마감하고 퇴역했다.

‘점보(Jumbo)’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보잉사의 B747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1969년 12월 팬암(Pan-Am)에 첫 인도된 B747은 이후 새 시리즈를 내놓으며 40여 년간 장거리 비행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이전 여객기의 두 배가 넘는 최대 5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울 수 있어 루프트한자, 일본항공(JAL), 에어프랑스 등 세계 유수의 항공사로부터 주문이 밀려들었다. 지금까지 모두 1500대 이상(화물기 포함)의 주문이 이뤄졌다.

하지만 인기를 끈 요인이었던 큰 덩치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새 시리즈가 나왔지만 첫 인도 이후 40년이 넘으면서 기종이 노후화됐고 4개 엔진을 사용하면서 연료 효율도 좋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유가 급등에 따른 타격도 받았다. 화물기를 포함해 가장 많은 108대를 인도받았던 JAL이 2011년 3월 B747여객기를 퇴역시킨데 이어 93대를 주문했던 싱가포르항공도 2012년 4월 마지막 B747 여객기를 퇴출시켰다. 일본 양대 항공사인 ANA마저 B747을 퇴역시키면서 B747 여객기를 운용하는 일본 항공사는 더 이상 없다.

인기가 시들면서 B747 주문도 뜸해졌다. 보잉이 성능을 개선해 새로 내놓은 여객기 B747-8은 현재 루프트한자가 거의 유일하게 운용하고 있는데 주문 실적이 예상보다 많지 않다. 6일 보잉에 따르면 2006년 첫 오너를 받은 B747-8은 8년 동안 모두 51대의 주문을 받아 이 가운데 20대를 인도했을 뿐이다. 2005년부터 주문이 이뤄진 화물기 B747-8F를 포함시켜도 전체 주문 대수가 120대에 불과하다.

B747이 한창 인기를 끌던 1990년 한 해에만 122대의 주문이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올해는 B747-8F 단 1대에 대해서만 주문이 이뤄졌다. 보잉은 새 모델의 주문이 기대를 밑돌자 생산 일정도 조정했다.

B747이 떠난 자리는 탑승객 수는 적지만 연료 효율이 좋은 B777 새 시리즈, 차세대 항공기 B787, A330 등 다른 모델이 채우고 있다. 승객은 덜 실어 나르지만 2개의 엔진으로 연료비가 적게 드는 중형기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형기 중에는 B747보다 승객을 더 많이 태우면서도 2006년 운항을 시작해 상대적으로 연료 효율이 좋은 A380이 B747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B747을 애용했던 싱가포르항공이 처음으로 A380을 도입한 후 19대를 쓰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추가로 5대를 더 인도받는다. A380은 전 세계에서 324대의 주문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모두 18대의 B747 여객기를 운항하고 있다. 평균 기령이 17~18년으로 두 회사 모두 대체 비행기를 검토 중이다. 다만 대한항공은 A380과 B787 외에도 B747 시리즈를 계속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12월 B747-8 5대를 주문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5대를 추가로 제작 의뢰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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