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영장 찢은 검사 감찰 착수 vs 경찰청 “당연한 일”

대검, 영장 찢은 검사 감찰 착수 vs 경찰청 “당연한 일”

기사승인 2014-04-07 21:14:00
[쿠키 사회] 수사 지휘를 받으러 온 경찰관의 영장 신청서를 찢어버린 검사에 대해 대검찰청이 정식 감찰에 착수했다. 검·경 갈등 양상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으려 김진태 검찰총장이 직접 조속한 진상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감찰본부는 지난달 26일 의정부지검 김모(36) 검사가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 이모(50) 경위 등이 들고 온 구속영장 신청서를 면전에서 찢은 사안과 관련해 감찰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본부는 지난 4일 김 검사를 불러 사실 관계와 물의를 빚은 경위 등을 조사했다. 소속 검찰청의 지휘·감독 및 사후 대처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경기경찰청은 지난해 10월 철갑상어 양식업자가 한탄강댐 건설로 양식장이 수몰된다며 1000억원대 보상금을 부당하게 타내려 한 의혹을 수사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진정을 받아 이첩한 사건이었다. 경찰은 지난 1월 17일 관련자 3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담당 검사는 공모 여부와 보상금 산정 기준 등에 대해 보완 수사를 하라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지난달 19일 새로 사건을 맡게 된 김 검사에게 관련자 전화통화 내역을 살펴보겠다며 통신영장 신청을 했지만 김 검사는 역시 보완 수사를 지시하며 기각했다. 이 경위 등은 같은 달 26일 오전 “영장 재신청을 하러 가겠다”고 연락한 뒤 오후 4시쯤 김 검사 사무실을 찾았다. 김 검사는 통신영장이 아닌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을 보고 “이게 뭐냐. 내가 언제 구속영장을 갖고 오라고 했냐. 누굴 바보로 아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김 검사가 “이게 수사냐” 등의 막말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결국 김 검사는 “나가라”고 하면서 영장 신청서를 찢었다.

이 보고를 받은 정해룡 경기경찰청 2차장은 이명재 의정부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와 함께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의정부지검은 자체 진상조사를 벌인 뒤 사건을 대검에 넘겼다. 김희준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는 “수사 절차상 통신영장 신청서를 가져오기로 했는데 구속영장 신청서를 가져와 반려하는 의미로 신청서의 3분의 2 가량을 찢어 돌려보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감찰 착수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당연한 일”이라며 “만약 경찰관이 구속영장을 찢었다면 공용문서 손괴죄 등으로 검사가 해당 경찰관을 사법처리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사건이 발생한 뒤 부장검사가 직접 사과하고 진상조사를 약속한 만큼 기관 대 기관의 문제가 아닌 검사 개인의 일탈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이도경 기자 blue51@kmib.co.kr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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