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원로·전문가들, 무인기 대응 문제점 지적
[쿠키 정치] #1. 2011년 8월 10일 북한군은 서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에서 해안포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북한 해안포 및 방사포의 발사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연평도에 배치돼 있던 대포병레이더 아서(Arthur)는 사격원점을 잡아내지 못했다. 아서는 1년 전인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연평도에 배치돼 있던 대포병레이더 AN-TPQ 36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급하게 도입한 신형 대포병레이더였다. 대당 120억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였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운영 유지비용 역시 도입가격만큼이나 많이 든다.
#2. 1996년 9월 18일 강원도 강릉시 지역에 무장공비 26명을 태운 북한 잠수정이 침투했다. 49일간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24명을 사살했다. 나중에야 밝혀졌지만 북한 공작원들은 잠수정을 타고 여러 차례 동해안 지역을 제 집 드나들듯이 오갔다. 이 사건 이후 군은 동해안 전 해안에 철책을 설치했다. 일단 막고 보자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지 않은 2000년대 들어 모두 제거됐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우리 군이 취해 온 졸속 대응의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우리 군은 종합적인 전략전술보다는 해당 도발을 막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즉흥적인 전력증강에만 집착해 왔다. 현존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적인 노력은 하지 않고 곧바로 대응 무기체계를 사들여오는 손쉬운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해온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군은 또다시 지난 2일 해외로부터 저고도 탐지레이더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인천의 백령도와 경기도 파주, 강원도 삼척에서 추락한 북한 소형 무인기에 대한 대응책이다. 이스라엘제 라다와 영국 플렉스렉사 저고도 레이더로 각각 대당 10억원과 3억∼4억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제품을 북한 무인기가 침투할 경로에 촘촘히 배치할 경우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북한 무인기 운용 실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대응책이라는 점이다. 저고도 탐지레이더 도입에 따른 제대로 된 효과 분석도 없었다.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A씨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군은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이에 대응하는 무기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북한에게 전략적으로 필패(必敗)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장기 전력증강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고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기전문가 김병기씨는 “무인기 침투가 새로운 양상이지만 이보다 더 중대하고 시급한 위협이 있다”며 “북한 위협의 우선순위를 정확히 판단한 뒤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전략 부재’ 무기 도입 사례… 천안함 이후 준비없이 해저음향감시체계 구축하다 포기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하자 우리 군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주요 항만 해저에 센서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잠수함과 잠수정, 상륙함의 이동상황을 포착할 수 있도록 해저음향감시체계(SOSUS)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잠수함의 기습적인 침투를 막겠다는 의도였다. 우리 군은 일부 지역에 센서를 구축해 시험사용을 해 봤으나 곧 포기했다.
서해지역은 중국 상선 수백 척이 오가는 데다가 평균 4∼5노트로 움직이는 조류 때문에 잡음이 지나치게 많아 정확하게 탐지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 잠수함과 잠수정을 탐지하기 위해서는 이들 함정의 고유음문이 센서에 입력돼야 하지만 우리 군은 북한 함정의 고유 음문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았다. 기초적인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했다가 수억원을 날린 셈이 됐다.
이처럼 우리 군이 북한의 도발 때마다 급하게 도입하거나 추진한 전력 증강계획 중에는 천문학적인 예산만 쏟아 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비싼 운용유지비를 지불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같은 해 11월에 발생한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이후 군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비밀리에 ‘번개사업’을 추진했다. 연평도와 백령도에 위협적인 북한의 해안포에 대응하여 구룡(다연장로켓)에 시커를 장착해 정확하게 해안포를 타격하는 방안과 단거리 탄도탄에 지상기반항법장치(GBNS)를 부착해 갱도 속에 있는 해안포를 타격하는 방안이었다.
전자는 국내에서 개발키로 했다가 기술적인 한계로 폐기되고 결국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미사일을 도입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GBNS탄 역시 선행연구 단계에서 연구개발에 실패해 결국은 미군의 군용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해 개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러나 언제 개발이 완료될지 아직도 모르는 상황이다. 총 사업비가 6000억원 이상 투입될 예정이지만 전력화 여부도 불투명하다.
또 2012년 10월에는 동해 22사단에서 북한군 병사가 전방경계소초(GOP) 철책을 넘어온 사건, 소위 ‘노크 귀순’이 발생하자 뒤늦게 긴급소요를 제기해 윤형철책을 설치했다. 하지만 기준에 미달하는 윤형철조망을 설치해 무용지물이 됐다.
앞서 1994년 도입이 결정돼 2001년 배치된 금강 정찰기(호크 800) 역시 비싼 운용유지비와 소프트웨어 교체비용으로 군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린다 김’ 사건으로 알려진 사업으로 도입된 금강정찰기의 기체는 전 세계에서 우리 군만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각종 부품이나 장비들을 모두 새로 만들어야 해 비싼 도입비용을 지불했을 뿐 아니라 4∼5년마다 교체되는 소프트웨어도 엄청난 비용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응책 모두가 들끓는 국민 여론을 우선 잠재우고 보자는 식으로 사전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추진되면서 국민들의 세금만 축냈다. 더구나 국방부는 이들 사업이 그 이후 어떻게 추진됐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북한의 도발을 해외 무기 도입을 위한 기회로 보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무기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늘 새로운 유형으로 도발하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그때마다 계획에 없던 무기체계를 서둘러 도입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력증강사안을 다뤄온 한 육군 예비역 중장은 8일 “한 나라의 무기체계는 정확한 위협 판단 하에 장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계획에 따라 구축되어야 한다”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졸속적으로 이뤄지는 무기도입은 군 전력체계를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 민간 무기 전문가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급하게 무기를 도입한 경우 항상 ‘탈’이 났다”며 “제대로 활용이 안 되거나 구입비보다 더 비싼 운영유지비를 내고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국방부 “북, 무인기 현재 320여대 보유”
국방부는 8일 북한이 현재 320여대의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공 표적 및 정찰용 무인기로 사용하기 위해 중국 무인기 D-4를 개조한 방현-I·II가 300여대, 시험 도입한 러시아제 정찰용 무인기 시멜(Shmel)이 10여대, 무인공격기가 10대 미만이다. 특히 미국의 스트리커 무인기를 개조한 무인공격기는 지난해 전방부대에 실전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한은 정찰 및 타격용 다목적 무인기 ‘두루미’를 개발 중이다.
북한 무인기가 평안북도 방현 공장에서 1990년대부터 대량 생산돼 북한 전역의 비행장과 주요 군부대에 공급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총참모부 산하 병기국 호송대 소속으로 무인기 수송을 담당했던 한 탈북자는 “방현 공장에서 생산된 무인기는 열차를 통해 휴전선 근처 해주비행장과 사리원, 온천비행장 등 북한 전역으로 수송됐다”며 “신남포의 3군단 사령부를 비롯해 각 군단 사령부와 사격 훈련장들에도 전달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무인기 핵심 부품 조달은 노동당 39호실과 인민무력부의 정찰총국이 맡고 설계는 평양에 있는 국방과학원 산하 약전연구소가 담당했다. 경기도 파주시와 강원도 삼척시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국방과학원이 시험용으로 제작한 것이고, 인천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는 방현 비행기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탈북한 관련부문 전문가는 밝혔다.
국방부는 최근 발견된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자폭 기능을 가진 공격기로 활용돼도 3㎏ 내외의 폭약(TNT)을 실을 수 있어 큰 유해를 끼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무인기가 공격용으로 개조되면 대전∼울진 축선까지의 군부대와 주요 국가전략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방부는 현재 11건의 소형 무인기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8건은 오인 신고로 확인됐고 3건(강원 강릉·동해, 경북 영양)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무인기 신고자 포상과 관련해 “간첩선이나 적성물자 등을 발견해서 가져오면 보상할 수 있는데, 무인기에 대한 해석은 아직 명확하지 않아서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