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24 조치를 해제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선언)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류 장관은 다만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취할 게 있다”고 말해 5·24 조치의 원인이 된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함을 전제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5·24 조치 해제 발언을 공식적으로 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류 장관의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말 독일 방문 중 발표한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이행 의지를 보임과 동시에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드레스덴 선언은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 3가지 제안으로 구성됐다. 이 3가지 제안을 모두 실행하기 위해선 5·24 조치 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류 장관은 “드레스덴 구상에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있다”면서 “그러나 (5·24조치 해제 없이) 현재 대규모 인프라 사업은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3가지 제안 중 인프라 구축은 대북 신규 투자에 해당돼 5·24 조치에 위배된다.
류 장관은 또 북한이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로 인식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기본은 평화통일이 중요하며, 흡수 통일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면서 “우리 정부는 화해, 교류, 협력을 통해 평화롭게 달성하는 통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기자 간담회를 통해 “(드레스덴 선언은) 북한에 도움이 되는 것이 꽤 있다”며 “그러면 나름대로 (북한 당국의)평가가 나오는 것이 정상적이고 상식적”이라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이어 “메시지가 좋기 때문에 이미 중국은 좋아했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최근 북한이 잇단 도발을 벌이고 있고 공개적 핵실험 가능성까지 언급한 상황에 대해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작년의 경우 말로 강하게 위협을 했지만 놀랄 것은 없었다. 금년에는 스커드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고 무인기가 추락한 채 발견됐다”며 “이것은 행동이며 말로 위협하는 것과 행동이 나오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우려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도발 패턴에 대해 “과거에는 6개월로 출렁거렸지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한 이후 굉장히 길어졌다”며 “작년에 잠깐 개성공단을 정상화할 때를 제외하면 오랜 기간 강경책을 중심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