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16일 오전 침몰 여객선에 타고 있던 학생들이 사고 직후 부모와 지인들에게 보낸 카카오톡·문자메시지가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학생들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부모를 안심시키려 했다. 하지만 생사가 불분명한 학생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자녀들과 연락이 끊어졌거나, 지금까지 연락이 닿지 않은 부모들은 학교로 달려가 오열했다.
“아빠 걱정하지 마. 구명조끼 입고 애들 같이 뭉쳐있어.”
침몰 여객선에 타고 있던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신모양이 부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신양은 16일 오전 10시6분쯤 여객선이 침몰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아빠 걱정하지 마. 구명조끼 메고 애들 모두 뭉쳐있으니까. 배안이야. 아직 복도”라고 안심시키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신양의 부친은 “가능하면 밖으로 나와서 빨리 구조(받을 수 있게 해)”라고 답했지만 신양은 “너무 심하게 기울어서 움직일 수 없어. 더 위험해 움직이면. 복도에 애들 다 있기도 하고 너무 기울어져 있어”라고 위급한 상황을 전했다. 안타깝게도 신양은 생존자 명단에 들지 못했다.
“아들아, 괜찮은 거니? 아들아…”
단원고 학생 이모군과 그의 부친이 나눈 전화 통화와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부모의 찢어지는 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군의 부친은 16일 오전 9시20분쯤 긴급한 상황을 알리는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는 이군의 “배가 기울었다. 침몰 중이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끊겼다.
이에 당황한 이모씨는 곧바로 “OO아 무슨 말이야?” “배가 가라앉는다니?” “전화는 자꾸 말소리가 끊어진다”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들은 답이 없었다. 2시간 후에도 “제주 도착한 거니?” “OO아 괜찮은 거니?” “OO아” “아들아”라고 계속해서 불러보지만, 아들은 해당 카톡 메시지를 읽지 못하고 있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사랑한다”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신모군은 여객선이 침몰하는 급박한 상황이 닥치자 오전 9시27분에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낸다.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를 모친에게 보냈다. 신군의 모친은 여객선이 침몰 중인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아들에게 “왜? 카톡을 안보나 했더니… 나도 아들 사랑한다”라고 답했다.
다행히 신군은 해경에 의해 무사히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아요”
카카오톡 메시지의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아 울컥하게 만드는 사연도 있다.
여객선에 탑승한 A씨는 16일 오전 9시23분쯤 지인에게 “형 지금 배타고 제주도 가고 있었는데 배가 뭔가에 부딪혀서 배가 안 움직이고 수상구조대인가 뭔가 오고 있대”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를 받은 B씨는 “크게 박살났어?"라고 질문했고 A씨는 ”실내에 있어서 모르겠는데 데이터도 잘 안 터져. 근데 지금 막 해경 왔대“라고 답했다.
B씨는 “그래 구조대 금방 오니까 괜히 우왕좌왕 당황할 필요 없고 정신 차리고 하라는 대로만 해. 데이터 터지면 다시 연락해. 형한테”라고 보냈다.
그러나 숫자1이 현재까지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울컥하게 만들고 있다. 카톡은 수신자가 메시지를 확인하면 표시됐던 숫자 1이 사라지도록 돼 있다.
학생 324명 중 78명 무사…
사고가 난 여객선은 청해진해운 소속 ‘세월호’로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 여객선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나선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5명과 교사 15명, 선원 30명 등 총 459여 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중 생존한 단원고 학생수는 78명에 그쳤다. 현재단원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은 학교에 모여 상황을 지켜보며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의 메시지를 본 네티즌들은 “정말 눈물난다. 꼭 무사하길” “자식 소식을 듣지 못한 부모에겐 생지옥이 따로 없을 듯” “제발 살아있기를” 등의 댓글을 달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