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찬(67) 전 국가위기관리실장은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 한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보호할 수 있어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인간안보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선진국들은 전시위기와 비전시 위기, 안보위기와 비안보위기를 구분해 대응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비안보위기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고 비판했다. 남북관계와 군사적인 상황에 대한 비상계획은 수립돼있지만 이번 사고와 같은 대형사고 및 재난에 대해서는 무방비상태라는 지적이다.
김진항(62) 전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장도 “우리나라는 ‘포괄안보위기상황의 백화점’이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없다”고 평가했다. 김 전 실장은 우리나라를 4계절이 뚜렷한 지리적인 여건으로 자연재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지만 빠른 산업화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재난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큰 위험사회로 규정했다. 하지만 대규모 인명손실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예방조치는 물론 평소 위기관리매뉴얼에 입각한 훈련, 사후조치 등 재난관리의 기본관리가 전해 수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정부에 자연재해, 대규모 재난과 같은 비안보상황에 대한 위기관리 기본매뉴얼은 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수행할 행동매뉴얼과 실무매뉴얼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 힘들다”며 “위기상황이 발생되면 자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평소 철저하게 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재난훈련은 대부분 ‘보여주기식’으로 실제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훈련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난관리는 방대한 자원과 인력을 동원해 효율적으로 운용해야하는 전문적인 업무이지만 정부에 재난관리 전문가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부처 이기주의로 자원과 인력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 전 실장은 “전시 정부종합대책인 충무계획과 같은 종합재난대책이 수립돼야 하고 전 부처를 아우르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이 2001년 9·11사태 후 설치한 국가안보국처럼 우리나라도 재난상황을 예방에서부터 복구까지 일관되게 통제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