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팽목항에서의 부활절 예배 "어린 학생들의 생명을 지켜주세요""

"[진도 여객선 침몰] 팽목항에서의 부활절 예배 "어린 학생들의 생명을 지켜주세요""

기사승인 2014-04-20 17:18:04
[쿠키 사회]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5일째 머물고 있는 진도 팽목항에서 20일 오전 11시 부활절 예배가 진행됐다. 사고가 난후 처음 맞은 주일인데다 부활절이지만 지칠대로 지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예배드릴 힘도 없어 보였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 바람이 불었다. 사고해역에서 자녀의 시신이 수습된 유족 등 세 가족이 모였다. 어린 학생들이 갇혀있는 바다를 바라보며 드리는 조촐한 예배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깊은 슬픔을 가누지 못해 두손을 모으고 오열했다.

30분 동안 열린 예배는 한국구세군과 이랜드복지재단,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진도군 교회연합회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어린 학생들의 생명을 지켜주시고 애타는 가족들을 위로해 주시옵소서.”

예배 내내 생존자들의 귀환과 희생자들의 부활을 기원하는 기도가 이어졌다.

이어 오후 2시 전남 진도 향토문화예술회관에서는 ‘진도지역 부활절 연합예배’가 2시간여 동안 열렸다.

“사흘 만에 죽음을 딛고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실종자 모두가 우리 곁으로 돌아와 주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차가운 바다 속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과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땀 흘리는 분들에게 예수님 부활과 같은 기적이 일어나도록 부디 도와주소서.”

진도군 관내 1개 읍 6개 면 78개 교회가 공동으로 준비한 예배다. 예배를 인도한 목포 북교동교회 김주헌(전남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목사는 특별기도에서 “예수님께서 올해는 기쁨의 부활절을 허락하지 않으셨다”고 세월호 침몰사고를 안타까워했다.

예배 참석자들도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신 예수님께서 바다 속에 잠겨 있는 모든 생명들이 가족 품으로 무사히 돌아가도록 해달라”고 눈물로 기도했다.

연합예배를 실무적으로 준비한 진도 석교중앙교회 김세광 목사는 “공황상태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이 지옥 같은 절망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예수께서 영원히 외면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군교회연합회 회장 문명수 목사는 “진도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교회들이 마음을 모아 세월호 생존자들의 귀환을 바라고 있다”며 “불행하게도 가족들을 천국으로 먼저 떠나보낸 가족들을 위해서도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앞서 오전 10시 전남 진도체육관 옆 자재창고에는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20여㎡ 남짓한 작은 예배실이 설치됐다. 한쪽 벽면에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너를 쉬게 하리라(마태복음 11장 28절)’는 성경귀절이 붙어 있었다.

예배당을 정리하던 강수련 목사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슬픔의 짐을 나누기 위해 성도 8명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19일 밤 진도에 도착했다”며 “초라하지만 예배당이 마련돼 기쁘다”고 말했다.

유가족들 간간이 찾아왔다. 사고 5일째를 맞아 기력이 쇠퇴한 상당수 크리스천 유가족들은 예배실까지 걸어올 힘조차 없어보였다. 체육관 임시 거처에 앉아 고개를 떨 군 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유가족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유족과 실종자 가족 중 기독교인들은 이후 비좁은 예배당에서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을 먼저 보냈지만 조만간 천국에서 다시 만나 사랑을 함께 나누며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말씀에 위로를 받는 모습이었다. 강 목사는 “잠시 이별의 아픔이 있지만 주님 앞에 가서 만나고 위로받고 남아있는 가족들이 앞으로도 믿음의 신앙생활을 더욱 잘해서 주님나라에 함께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 김영균기자 swjang@kmib.co.kr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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