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두 번 우는 유가족… 시신 확인과정서 또다시 고통

[진도 여객선 침몰] 두 번 우는 유가족… 시신 확인과정서 또다시 고통

기사승인 2014-04-21 21:02:00
[쿠키 사회]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시신 확인 과정에서 또 한번 고통을 겪고 있다. 병원마다 안내요원이 부족해 몇 시간씩 대기하기 일쑤고 일부 시신은 신원이 번복되면서 전남 목포와 경기도 안산을 오가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전남 목포 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20~21일 시신 15구가 실려 왔다.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안산 인천 등 장례를 치를 곳으로 떠나는 일종의 ‘정거장’인 셈이다. 병원 측은 사고 발생 이후 장례식장을 가족 대기실로 개조했다.

대기실은 신원 확인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가족들이 잇따라 찾아오면서 통곡과 탄식의 공간이 됐다. 손주 시신을 보기 위해 달려온 할머니는 “아이구 내 강아지” 하면서 주저앉아 통곡했다. 유족들이 화급히 달려와 위로했지만 할머니는 “이름을 부르면 살아날 것 같다”며 울부짖었다.

같은 학교 학부모인 가족들은 서로를 위로하려 안간힘을 썼다. 사망한 아이의 생전 사진을 함께 보며 “○○가 참 예뻤다” “△△는 그렇게 의젓할 수 없다”면서 얘기를 나누다 부둥켜안고 울거나 다시 주저앉는다.

통상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검사에는 하루 이상 걸린다. 이에 가족들은 식음을 전폐한 채 대기실에서 쪽잠을 자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시신이 우리 애가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이 지옥 같은 이 공간에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원동력이다.

이처럼 심신이 지친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미숙한 행정처리였다. 가족들이 안전행정부 교육부 해경 경찰 등 이 사건과 연관된 기관의 공무원들을 이 곳에서 만나 도움을 받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가끔 안산시청 파견 직원이 생수를 가져오고 경기교육청 직원이 학생명부를 들고 명단을 확인할 뿐, 이 곳에 상주하며 가족들에게 시신 확인 절차를 안내하는 공무원은 볼 수 없었다.

이렇다보니 이 곳에 온 가족들은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아무나 붙잡고 DNA 검사 절차를 물으며 울부짖었다. 단원고 여학생의 어머니 A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일 경찰로부터 “병원으로 가서 기다리라”는 전화를 받고 눈물범벅이 된 채 달려왔다. 그러나 시신이 어디 있는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가까이 있던 본보 기자에게 도움을 청했고, 기자가 경찰과 병원 등에 전화를 걸어 절차를 문의해야 했다. 결과는 더욱 가관이다. 전화를 받은 경찰 담당자는 “목포 병원이 아니라… 진도 병원으로 간 게 아니었어요?”라며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2시간 반이나 기다린 끝에 한 앰뷸런스가 급하게 영안실 앞으로 들어왔다. 들것에 실린 시신을 목격하자마자 A씨는 그 자리에 선 채로 목 놓아 울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휴대전화와 시계도 그대로 있다”며 엿새 만에 품으로 돌아온 딸의 차가운 얼굴에 눈물을 쏟아냈다.

다른 학부모도 기자를 찾아와 지친 얼굴로 “DNA 검사를 어디서 받는지 알아봐 달라”고 물었다. 한 가족은 “다른 친척이 신원을 확인했다는 이유로 자식 얼굴을 안 보여줬다. 미친 듯이 항의하자 그제야 뒤늦게 확인시켜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가족은 “팽목항에서 시신 얼굴을 제대로 안 덮어놔 우리 딸 얼굴을 다른 사람들이 다 봤다”며 통곡했다.

지난 18일에는 오전 8시 김모양으로 확인된 시신이 경기도 안산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이후 신원이 번복되면서 오후 1시쯤 다시 목포로 돌아왔다. 김양의 부모 역시 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안산으로 향했다가 목포로 돌아와야 했다.

그제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목포 중앙·기독·한국·세한 병원 등 거점 병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찰, 경찰, 해경, 병원 등 다섯 기관이 참여하는 정밀검안을 의무화하고 이 절차가 끝나야만 시신 이송이 가능토록 했다. 처음부터 이런 절차를 도입했다면 유가족이 이중고를 겪을 일도 없었다.

가족들은 DNA 검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육안 등으로 확인이 가능할 경우 이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21일 최고위원회에서 “DNA 검사 기간이 길어 가족들이 힘들어하니 시간을 단축해 달라”고 요구했다. 선체 수색이 확대되면서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이번 주 매일 30구 이상 시신이 발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목포=김동우 기자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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