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왕성히 활동하던 한 회원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져 인터넷이 충격에 빠졌다. 네티즌들은 그가 게시판에 마지막 남긴 글을 인터넷에 퍼나르며 추모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하루 전인 15일 오전 1시쯤 아이디 ‘하루카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 게시판에 ‘내일 수학여행 가는데 밀린 애니메이션들을 못 봤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언급 한 후 “(새 시리즈는) 다음주까지 기다려야 겨우 볼 수 있겠네요. 뭔 제주도를 3박4일로 가는지”라고 적었다.
세월호 사고 소식이 전해 진 후 루리웹 게시판에서 거의 매일 활동하던 하루카씨가 갑자기 글을 올리지 않자 회원들은 “제발 무사하다고 글 좀 남겨줘” “애니 재밌던데 빨리 돌아와서 봐야지”라는 댓글을 달며 생사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루카씨와 가깝게 지냈다는 한 회원은 “먹고 싶은 거 다 사주고, 갖고 싶어 하던 게임기 다 사 줄 테니 제발 살아오기만 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8일째가 되도록 ‘무사하다’는 소식은 올라오지 않았다.
일부 회원들은 루리웹 아이디로 찾아낸 페이스북 계정을 토대로 20일 시신이 발견된 최모군이 하루카씨라고 보고 있다. 최군의 발인식은 23일 오전 5시 경기도 안산 온누리병원에서 치러졌다. 루리웹 회원 일부는 뜻을 모아 장례식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카씨가 마지막에 남긴 글엔 현재 3000개가 넘는 생환기원·추모 댓글이 달렸다. SNS와 다른 커뮤니티에도 하루카씨의 사연이 전해져 관련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하고 싶은 것 많은 꿈 많을 나이인데 정말 안타깝다” “덕후(마니아)는 불사신인데 죽긴 왜 죽어” “하늘에서 못 본 애니 맘껏 봐라” 등의 댓글을 달며 명복을 빌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