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민관 연결고리 해운조합… 제대로 감시했겠나?

[세월호 침몰 참사] 민관 연결고리 해운조합… 제대로 감시했겠나?

기사승인 2014-04-25 00:41:00
[쿠키 경제]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한국해운조합과 전직 해양·수산 관료 간의 유착 관계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해양경찰청 출신들이 해운조합으로 가 민·관의 고리 역할을 하면서 민간 선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위 간부는 물론이고 해경 출신들은 1년4개월 전까지만 해도 해경의 감독을 받게 돼 있는 운항관리자로 근무하기도 했다. 여객선 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것도 이런 ‘공생 관계’가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조합 민·관 연결고리?=한국해운조합은 1949년 9월 설립된 대한해운조합연합회가 전신이 돼 1962년 3월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현재는 2100여 선사들의 모임으로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및 선박 안전관리체제에 관한 사업’과 ‘조합원의 사업수행 중 발생하는 재해에 대비한 공제사업’ 등을 하며 선사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그러나 선사들을 대변하는 과정에서 이사장을 비롯한 유급(有給) 임원의 상당수가 해수부나 해경 출신들로 채워졌다. 총회 승인을 받아 회장이 임명하는 이사장의 경우 현직인 주성호 이사장까지 모두 12명이 임명됐고 그 중 10명이 해양·수산 관료 출신이었다. 현재 본부장을 맡고 있는 상무이사 2명도 해수부와 해양경찰 출신이다. 특히 해운조합 안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상철 상무이사는 해경 간부후보 28기로 해경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다 2012년 1월 지금의 자리로 왔다. 한홍교 상무이사도 허베이스피리트피해지원단 지원총괄팀장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해운조합 경영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고위직뿐 아니다. 여객선운항관리규칙이 폐지된 2012년까지 해경 출신이 운항관리자로 근무할 수 있었다. 1997년 6월 개정돼 2012년 12월 폐지된 운항관리규칙에는 ‘해양경찰청에서 해양경찰과 경찰공무원으로 3년 이상 재직한 자’도 운항관리자로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운항관리자는 해운조합에 고용돼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지도·감독하는 자리로 해경의 지도·감독을 받아야 한다. 해경의 지도 감독을 받아야 하는 운항관리자에 해경 출신을 앉히면서 제대로 된 지도·감독이 이뤄졌겠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012년 해운법 시행규칙에 관련 조항들을 삽입하면서 운항관리자 자격 요건에 해경 출신이 사라졌지만 그간 잘못된 관행들이 자리 잡게 된 배경이 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대로 된 감시 가능했나=해운조합은 해운법 제22조에 의해 내항여객선의 안전운항관리를 책임지는 운항관리자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간 정부의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정황이 세월호 사고 이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운항관리자제도는 선사로부터 여객 운임의 일정액을 운항관리비용으로 받아 운영된다. 해운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으로 잡힌 운항관리비용은 70억9985만원으로 전년(62억1104만원)보다 늘어나는 등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운항관리비용은 여객선 안전 운항을 감독하는 운항관리자에 대한 임금 등으로 사용되는 안전 관리 비용인 만큼 철저하게 관리돼야 하지만 정부의 감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가 2012년 11월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감사 근거 자체가 없었다. 정부는 운항관리비용의 예산 및 결산에 대한 감사를 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시행규칙 개정 이후에도 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지는 못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수부 관할 기관이 공공기관을 포함해 44군데나 되는 상황에서 해운조합이 선사로부터 걷어서 운영되는 운항관리비용까지 감사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보조한 운항관리비용까지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해수부 전신인 국토해양부가 2012년 해운조합에 대해 진행한 종합감사에서 해운조합은 정부 보조금 10억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지적을 받았다. 선사로부터 걷은 운항관리비용과 보조금을 같은 통장에서 관리해 주의를 받기도 했다.

해운조합이 명절 때 해수부, 기획재정부 등 부처 간부들에게 상품권 등 금품을 제공하는 등 정기적으로 관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2년 해운조합을 청렴도 측정 면제 대상기관으로 선정한 경위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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