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최하등급 장례용품 고집한 정차웅군 유족

[세월호 침몰 참사] 최하등급 장례용품 고집한 정차웅군 유족

기사승인 2014-04-27 18:00:01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고(故) 정차웅(17)군 유족이 장례식 때 값싼 장례용품만 사용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7일 고대 안산병원에 따르면 정군 유족은 최하등급인 41만6000원짜리 수의(壽衣)를 정군의 마지막 길에 입혔다. 고대 안산병원장례식장의 최고등급 수의 가격은 400만원을 웃돈다. 검도 3단의 유단자로 키가 1m80이 넘는 듬직한 체구였던 정군은 큰 덩치에 맞춰 특수관(棺)을 썼지만 27만원짜리로 가장 저렴했다. 고대 안산병원 관계자는 “유족이 장례용품의 대략적인 가격을 물은 뒤 모두 최하 등급의 품목을 선택했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아들 장례를 치르는데 어떻게 비싼 것을 쓸 수 있느냐고 되묻더라.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친구를 먼저 구하려 한 정 군의 용감한 행동이 이해가 됐다”며 “정군의 유족이 장례식을 간소하게 치르자 옆 빈소의 정군 친구 유족도 같은 장례용품을 주문하며 정군 유족의 뜻에 동참했다”고 소개했다.

정군은 사고 당시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는 등 다른 학생들을 구하려다가 생일을 하루 앞두고 희생된 사연이 알려져 ‘의인’으로 불리고 있다.

단원고 정문 오른쪽 담벼락 위에는 정군을 짝사랑했던 한 여학생이 뒤늦게 마음을 고백하는 편지를 유리병에 붙여 놔 추모객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편지는 “차웅아. 1년 전부터 널 좋아했었어”로 처음 시작해 “사랑한다고 고백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 오는 거야”라는 탄식으로 이어졌다. 여학생은 “내 고백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으니깐 어서 돌아와. 그냥 옆에서 몰래 바라만 봐도 난 행복하니까 제발 돌아와”라고 절절한 감정을 표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모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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