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고대 안산병원에 따르면 정군 유족은 최하등급인 41만6000원짜리 수의(壽衣)를 정군의 마지막 길에 입혔다. 고대 안산병원장례식장의 최고등급 수의 가격은 400만원을 웃돈다. 검도 3단의 유단자로 키가 1m80이 넘는 듬직한 체구였던 정군은 큰 덩치에 맞춰 특수관(棺)을 썼지만 27만원짜리로 가장 저렴했다. 고대 안산병원 관계자는 “유족이 장례용품의 대략적인 가격을 물은 뒤 모두 최하 등급의 품목을 선택했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아들 장례를 치르는데 어떻게 비싼 것을 쓸 수 있느냐고 되묻더라.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친구를 먼저 구하려 한 정 군의 용감한 행동이 이해가 됐다”며 “정군의 유족이 장례식을 간소하게 치르자 옆 빈소의 정군 친구 유족도 같은 장례용품을 주문하며 정군 유족의 뜻에 동참했다”고 소개했다.
정군은 사고 당시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는 등 다른 학생들을 구하려다가 생일을 하루 앞두고 희생된 사연이 알려져 ‘의인’으로 불리고 있다.
단원고 정문 오른쪽 담벼락 위에는 정군을 짝사랑했던 한 여학생이 뒤늦게 마음을 고백하는 편지를 유리병에 붙여 놔 추모객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편지는 “차웅아. 1년 전부터 널 좋아했었어”로 처음 시작해 “사랑한다고 고백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 오는 거야”라는 탄식으로 이어졌다. 여학생은 “내 고백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으니깐 어서 돌아와. 그냥 옆에서 몰래 바라만 봐도 난 행복하니까 제발 돌아와”라고 절절한 감정을 표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