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그나로 교수 강조
[쿠키 건강] 지난 1998년 산화질소를 발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Louis Ignarro 교수(UCLA 의대 약학과 명예교수)가 베타차단제라고 해서 모두 같지는 않다고 말해 약제에 대한 재발견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고혈압 치료에 있어서 베타차단제는 그리 인기 있는 약물은 아니다. 영국에서는 국립의료원(NHS) 산하 의약품효용성 심사기구인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과 영국고혈압학회(BHS)의 결정에 따라 지난 2006년 6월 베타차단제 처방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사용되지 않고 있다.
또 지난해 미국고혈압학회도 임상 진료지침인 JNC8차 보고서를 내면서 베타차단제를 1차 약물에서 제외시켰다. RCT(무작위 연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다 보니 한국과 일본에서는 베타차단제를 1차 약제에 포함시켰지만 소극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노벨상 수상자인 Ignarro 교수가 최근 방한해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수십 년 전에 개발된 베타차단제와 최근에 개발된 네비볼롤과 같은 약제는 기전이 많이 다르다며 베타차단제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 배경은 네비볼롤이 산화질소의 생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연구 끝에 네비볼롤이 산화질소를 합성하는 산화질소 합성효소인 NOS(Nitric Oxide Synthase)와 상호작용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어떠한 베타차단제도 산화질소 자체에 대한 생성을 자극하는 기능은 없으며 이것이 기타 베타차단제들과 네비볼롤을 차별화시키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즉, 산화질소의 역할을 약제에서 찾아낸 것이다. 산화질소는 혈관에 존재하는 내피세포에서 생성된다. 혈관확장 기능이 있기 때문에 혈압을 낮춰주고 궁극적으로 장기로 공급되는 혈류의 흐름을 개선해준다. 산화질소는 또 cGMP의 생성을 유발하는데 혈관확장 효과를 비롯 뇌졸중, 심장발작 등에 대한 예방이 바로 이 cGMP에 의해서 발현된다.
그런 면에서 네비볼롤이 향후에 가치가 더욱 빛날 약제가 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당장은 기간이 짧기 때문에 그 효과를 뚜렷하게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데이터를 보게 된다면 보호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고혈압치료를 위해 베타차단제를 외면하고 있는 현재의 가이드라인도 일부 수정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고혈압치료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을 때는 25년 전에 존재하던 베타차단제 제제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라면서 "당시의 1세대 베타차단제들은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작용으로는 심박률을 떨어뜨리는 효과 외에도 심박출량도 줄여버리게 된다는 점을 꼽았다. 젊은 환자에 대해서는 심박률과 심박출량이 떨어지는 것이 큰 문제가 없지만, 고령에서는 심박출량 자체가 떨어진다는 것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심장의 수축이완 기능 자체가 그만큼 제한을 받기 때문에 운동을 하기가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에서 고혈압 치료제로서 베타차단제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그는 "혈류 역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네비볼롤의 경우에는 심박출량을 거의 떨어뜨리지 않는다. 이로 인해 노인환자들이 심부전을 겪고 있을 때에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하게 안전한 베타차단제 제제"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네비볼롤을 독립적인 혈압강하제의 계열로 분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타차단의 역할도 하지만 산화질소 생성 유발로 인한 또 하나의 혈관확장 효과를 가지고 있는 고유한 제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베타차단제 같은 경우 상당히 고용량을 사용해야 하는 반면, 네비볼롤은 저용량을 사용해도 부작용 없이 동일한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낸다고 소개했다.
다만 남은 과제는 이러한 효과를 실제 임상에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장기적 측면에서의 실험 데이터는 동물실험에 대한 데이터만 있고, 인간실험에서는 아직 장기실험 데이터는 없다. 그리고 뇌졸중, 심장발작, 동맥경화에 대한 치료도 아직 적응증을 받지 못했다.
그는 "임상을 설계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10년 이상 임상을 진행해야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산화질소가 신체에 얼마나 유용한 작용을 하는가에 대해 이견이 없다는 점에서 볼 때 긍정적인 효과는 충분히 추론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에게 남은 바람이 있다면 추론을 임상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그는 장기적 데이터는 없다는 점이 아쉬운 듯
죽기 전에 그런 데이터가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박상준 기자 sjpark@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