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해경 권한 커진만큼 능력 갖췄나?

[세월호 침몰 참사] 해경 권한 커진만큼 능력 갖췄나?

기사승인 2014-05-01 01:25:00
[쿠키 스포츠] 여객선 세월호 사고로 해양경찰청의 해사 사고 예방 및 사후 대처 능력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해양 사고가 날 때마다 해사 안전 관리 기능을 조금씩 넘겨받았지만 그에 걸맞은 역량을 키우는 데에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경은 1993년 10월 서해훼리호 사고 이후 여객선 안전 관리 기능을 이관받기 시작했다. 서해훼리호 사고 이후 안전 사고 예방 기능과 구난 기능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1996년 해경이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통합된 이후 해운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여객선 안전운항과 관련된 조치는 해수부장관이 해경에 위임토록 명문화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객선 안전관리 기능이 이관된 데 이어 2010년에는 일부 연안 해상교통관제(VTS)도 이관됐다. 세월호 사고가 난 진도 연안 VTS를 시작으로 관련 기능을 이관받아 현재는 진도·여수 백야도 두 곳의 연안 VTS를 해경이 관할하고 있다. 2007년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사고인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이후 사법권 등 현장 집행력이 있는 해경이 관제 업무까지 같이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국무총리실의 지적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안전관리에 대한 유기적 통합을 이유로 해경의 권한이 점차 강화됐지만 세월호 사고를 통해 그간의 맹점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해경은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는 운항관리자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가 있지만 화물 과적 문제 등 세월호와 관련된 규칙 위반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해양경찰청이 고시한 여객선안전관리지침에 따르면 해양경찰서장은 승선권이 보관된 장소 확인, 선내 비상훈련 실시여부 확인, 구명기구 완비 여부, 과적·과승 여부 확인과 운항질서 유지 등 운항관리자의 직무를 점검해 해양경찰청장과 지방해양경찰청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VTS 이원화에 따른 혼란도 나타났다. 세월호 사고 발생 해역이 진도 VTS 관할이었지만 세월호로부터의 최초 신고는 해수부가 관할하는 제주 VTS에 접수되면서 ‘골든타임’이 허비됐다. VTS 전체를 해경으로 넘겼어야 한다는 국무총리실 지적이 있긴 하지만 해경으로선 자신들이 관할하는 해역에서 발생한 사고를 최초 인지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7년 전 해양긴급 전화 122를 만들어 홍보해왔음에도 이번 사고에서 122 접수 신고는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다.

해경과 해수부 간의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도 여전했다. 사고 초반 ‘세월호가 권장항로를 벗어났느냐’는 문제로 이견을 노출한 데서 단적으로 알 수 있듯 두 기관 사이의 지휘체계는 불명확하다. 정책을 마련하는 해수부와 현장에서 수행하는 해경이 따로 놀면서 안전 관리가 겉돈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30일 “해경이 해수부 외청이긴 하지만 해수부는 한때 폐지되는 등 입지가 약화된 반면 해경은 독립 이후 조직이 확대되면서 해수부의 영(令)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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