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아만도 아산공장 방문기①] 딤채의 고향, 다시 불 들어왔다

[위니아만도 아산공장 방문기①] 딤채의 고향, 다시 불 들어왔다

기사승인 2014-05-07 0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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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생활] 문을 여는 순간 기계와 기계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공장 생산라인 안내를 도와준 정홍기 위니아만도 생산부 차장의 설명을 녹음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그에게 바짝 갖다 댈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위니아만도 아산공장. 봄철에도 불구하고 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운 날씨 속에서 아산공장은 묵묵히 위니아만도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1995년 첫 출시 당시 ‘김치를 따로 보관해야 하냐’는 당시 반응이 무색할 정도로 김치냉장고는 현재 필수 가전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 효시는 위니아만도가 쏴 올렸다. 1980년대 무섭게 일어난 아파트 붐으로 장독대를 묻을 마당이 자취를 감추자 소비자들은 김치를 보관하는 데 애를 먹었다. 위니아만도가 항아리 원리를 구현한 김치냉장고 이름을 ‘딤채’로 지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담근 채소’를 뜻하는 침채(沈菜)의 음운변화 형태 ‘딤채’. 김치의 고어(古語)다.

◇딤채·프라우드의 고향, 파업 마친 공장에 다시 불 들어와

1993년 준공된 아산공장은 약 14만5000㎡ 부지에 약 6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사실 아산공장은 위니아만도와 고락(苦樂)을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딤채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됐고 1999년 만도공조(현 위니아만도)가 만도기계와 분리되는 과정에서 UBS 컨소시엄에 매각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지난달 23일 방문한 아산공장은 2014년형 프라우드를 생산하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프라우드는 성장하는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을 겨냥해 위니아만도에서 지난해부터 선보인 900ℓ 냉장고다. 지난달 시티벤처캐피털과 KG그룹 간 위니아만도 지분 매각을 반대하는 파업으로 인해 공장이 열흘 간 멈췄다. 지난달 9일 제품은 정상적으로 출시됐지만 관리직과 생산직이 이례적으로 모두 참여한 이번 파업으로 인해 물량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 11일 KG그룹의 인수포기선언으로 공장은 이틀 뒤부터 다시 가동됐다. 정운식 위니아만도 아산공장장의 사무실에 걸려있는 4월 스케줄보드 13일란에도 ‘도어라인 특근’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있다. 냉장고 도어를 먼저 만들어야 이후 제작되는 본체와 부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장 내 인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배치하기 위해서기도 하다.



컨베이러 롤러에서는 미완성 제품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푸른색의 작업복을 입은 생산직 근로자들의 손 역시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한 아산공장 직원은 “부족한 물량을 채우느라 정신이 없다”면서도 “업무 복귀 후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파업 이전에 생산된 제품들은 전자양판점에 입점했고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 대리점으로 전시품이 꾸준히 출하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아산공장 김치냉장고 라인은 주간에만 운용되고 있다. 아직 김치냉장고 성수기인 4분기가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니아만도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김치냉장고는 한해 물량의 50%가 김장철을 포함한 이 시기에 판매된다. 4분기를 위해 위니아만도는 8월부터 제품을 비축하기 시작한다. 정 공장장은 “성수기인 김장철에는 라인을 주·야 2교대로 돌려도 수요를 맞추기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아산공장은 각 업체로부터 조달받은 부품을 취합해 최종 생산한다. 공장 오른쪽부터 뚜껑식 김치냉장고, 프라우드·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소형가전, 에어콘을 제작하는 라인이 각각 위치하고 있다. 하루 10시간을 기준으로 공장에서 생산 가능한 제품 수는 제품에 따라 550~1500대 가량. 실제로는 하루 주문량에 따라 생산량도 달라진다.



제작은 외곽케이스로 사용되는 얇은 철판을 가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6단계 모든 공정은 컴퓨터를 통해 자동으로 진행된다. 물론 섬세한 작업을 요하는 부분은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완성될 수 있다. 최종적으로 품질관리팀의 검사를 마친 제품은 창고에서 출하를 기다린다. 창고가 하루 보관할 수 있는 물량은 딤채 기준 4500대 정도. 정 차장은 “성수기에는 창고에 제품이 매일 쌓이고 매일 출하된다”고 강조했다.

◇김치통 없는 52ℓ 딤채에서, 기대 하지 않았던 220ℓ 딤채까지

위니아만도의 기술력과 제품이 하나로 합쳐지는 아산공장에서는 사진촬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진에 담긴 사소한 부분만으로 전문가들은 공정과정이나 어느 부품을 사용하는 지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제품 내 특허기술의 실마리가 사진을 통해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장 내에서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는 공간 중 하나가 바로 제품전시장이다. 다소 그 규모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딤채 과거 모델과 함께 현재 생산되는 제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제품들은 딤채 초창기 모델 세 가지다. 현재까지 670만대를 판매한 ‘딤채 신화’의 초석을 이들이 닦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5년 우리나라 최초로 생산된 김치냉장고 ‘CFR-052F’. 보관공간이 하나뿐인 이 제품은 심지어 김치통도 없이 통반에 직접 김치를 보관하는 형태다. 약 20년 전 모델로 현재 김치냉장고의 크기보다 훨씬 작고 투박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그 다음 생산된 ‘CFR-494G’은 우리나라 소비 자체가 얼어붙은 1997년 외환위기 시절 소비자들이 현금을 갖고 와도 없어서 판매하지 못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다음 모델인 ‘DD-182AD’역시 유명 전자양판점에서 전 제품군 통틀어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52ℓ 용량인 ‘CFR-052’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당시 소비자들은 일반 냉장고로 200ℓ을 사용했다. ‘김치를 저렇게 많이 담아먹나’는 초창기 반응과 달리 위니아만도는 120ℓ 용량의 딤채로 판매대수 100만대를 돌파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보다 더 큰 용량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220ℓ 모델로 200만대를 돌파한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기자 smw@kukimedia.co.kr

[‘위니아만도 아산공장 방문기’는 2편 ‘딤채의 영혼, 위니아만도 김치연구소’로 이어집니다.]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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