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아만도 아산공장 방문기②] 딤채의 영혼, 위니아만도 김치연구소

[위니아만도 아산공장 방문기②] 딤채의 영혼, 위니아만도 김치연구소

기사승인 2014-05-08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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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인 위니아만도 김치연구소장 “맛있는 김치 위해 김치 연구해요”

[쿠키 생활] “김치냉장고를 만드는 업체 중에 김치연구소를 갖춘 곳은 위니아만도가 유일해요. 제품 만드는 걸 넘어 유산균이나 젖산농도 등 김치 자체를 연구하는 거죠. 1차원적으로 김치냉장고 안에서 김치가 맛있게 보관되는지 시험하는 거예요. 이렇게 제조업체에서 김치를 연구한다면 다른 기관에서도 자극을 받지 않을까요?”

위니아만도 아산공장에서 만난 전종인 김치연구소장은 “집보다 회사에서 더 많은 김치를 담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1993년 설립된 김치연구소는 김치냉장고가 국내에 선보이기 전부터 지금까지 위니아만도 ‘딤채’의 영혼을 책임지고 있다. 김치숙성 알고리즘을 만들고 최적의 김치숙성온도 등을 연구하는 게 이곳의 주된 역할이다.

“설계구조팀에서 하드웨어 요소를 연구한다면 김치연구소는 실제 김치 품질변화를 시험하는 곳이에요. 계절에 따라 김치냉장고 내 습도가 변하거든요. 어떤 온도가 김치숙성에 알맞은지 알아보는 거예요. 보통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4개월가량 연구하죠. 일주일에 한 번씩 직원들을 대상으로 김치맛 테스트도 하고 있어요.”



◇에어콘 공조기술, 김치냉장고 탄생시켜

1990년대 초반 에어콘 공조업체였던 위니아만도는 성수기인 여름철 이후 물량이 부족해져 한가해지는 공장라인에 대해 고민했다. 이에 직원들은 신제품을 개발하고 연구하기 위한 사내발명단체 ‘유레카’를 조직했다. 머리를 맞대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토론한 그들은 일반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할 경우 장기보관이 힘들뿐더러 타 식품에 김치냄새가 밴다는 점에 주목했다.

“위니아만도가 보유한 공조기술로 냉장고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던 차에 김치냉장고에 대한 개념이 등장했어요. 김치를 어떤 식으로 보관해야 하는지, 최적의 보관온도는 몇 도인지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김치연구소를 설립한 거죠. 계절·지역별로 온도변화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땅속과 김장독의 온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실험을 시작했어요.”

수많은 실험과 자료를 통해 땅 속에 김치를 보관할 경우 -1℃를 유지할 때 유산균과 김치 숙성진행이 지연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김치연구소는 ‘항아리 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뚜껑식 형태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땅속과 유사한 직접냉각방식을 채용해야 한다’는 등 실질적인 김치숙성방식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김치연구소 설립 2년 뒤인 1995년 마침내 우리나라 최초의 김치냉장고 ‘CFR-052F’가 출시됐다. 이들의 연구가 우리나라 식문화를 바꿔놓은 셈이다. 이후 김치연구소는 각 계절에 따라 김치를 담그는 온도가 다르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연구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단순히 김치에 알맞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걸 넘어 상황에 따라 적절한 온도를 변화시키는 개념을 도입했다.



“여름철에는 배추 품온이 25℃ 정도로 높은 편이니 익힘 정도를 낮추고 숙성시간을 줄여야 해요. 반대로 5℃ 가량인 겨울철에는 숙성온도를 높이기 위해 여름보다 오래 익혀야 하죠. 우리는 이걸 ‘발효과학’이라고 불러요. 위니아만도를 대표하는 단어 중 하나에요. 계절이나 온도에 맞춰 숙성기준이 달라져야 하는데 그전까지는 일정한 온도로 보관해왔던 거죠.”

전 소장은 발효과학을 설명하기 위해 2002년 중국 광동성에서 일어난 일을 예로 들었다. 당시 중국에 수출한 김치냉장고가 남부지역인 광동성에서 김치를 과숙성시킨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연구 끝에 언제나 25~30℃를 유지하는 현지온도가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전 소장은 “다른 상황과 환경에 따라 제품 숙성기능이 달라진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발효과학은 위니아만도의 자랑”이라고 강조했다.

◇‘기능성 김치’개발… “국내 연구 촉진제 역할 할 것”

전 소장은 “지금까지 ‘김치를 딤채에 넣어 보관하면 맛있게 익는다’라는 관점으로 고객들에게 접근했다면 이제는 건강기능성 김치를 연구해야 할 때”라고 단언했다.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결과물과 더불어 김치 자체를 연구하겠다는 포부다. 실제 김치연구소는 이전부터 김치숙성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기능성 물질들을 시험해왔다.

“겨울 김치에는 15가지 우점종(優占種)이 나타나요. 이들 유산균이 김장철에 담근 김치를 맛있게 만들어주는 거죠. 이런 우점종을 여름에 만드는 김치에 적용하자는 생각으로 연구를 지속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비타민이나 아토피 개선 물질을 포함한 유산균을 김치에 넣기 위한 실험도 진행하고 있고요.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김치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이와 함께 전 소장은 위니아만도 직원이 아닌 김치연구가로서 국내에서 미진한 김치연구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왕성하게 진행된 연구는 2000년대 들어 박사논문도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전 소장은 “기존 자료를 갱신하지 못한다는 측면도 있고 산업적인 가치를 인정을 받지 못해 관심도가 떨어지게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쪽 분야에서 연구한 사람의 관점으로 봤을 때 김치 세계화를 많이 외쳐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결과적으로 외국인 입맛에 맞추는 데는 모자란 부분이 있어요. 국내 연구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고요. 김치연구소에서 김치연구를 지속적으로 한다면 ‘제조회사에서도 저렇게 연구하는 데 다른 곳에서는 뭘 하고 있냐’는 말이 나오겠죠. 우리는 이런 촉진제가 될 거예요. 김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관련 연구는 계속 이뤄져야 할 테니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기자 smw@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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