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신화' 이면엔 5조원대 경영비리… 강덕수 STX 前 회장 구속기소

'샐러리맨 신화' 이면엔 5조원대 경영비리… 강덕수 STX 前 회장 구속기소

기사승인 2014-05-09 00:57:00
[쿠키 사회] 재계 순위 11위까지 올랐던 STX그룹의 전 경영진이 3조원에 달하는 횡령·배임 및 사기 범죄와 2조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샐러리맨 신화’로 불린 강덕수(64) 전 STX그룹 회장은 2011년 이후에만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500억원 이상을 빼돌리고, 계열사 자금 2800억원을 자신의 개인회사에 부당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강 전 회장 등 STX그룹 전 경영진 5명을 구속 기소하고, STX중공업·건설 회장을 지낸 이희범(65)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강 전 회장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 7개 혐의가 적용됐다. 계열사를 동원한 자금 지원은 강 전 회장 개인회사인 STX건설에 집중됐다. STX건설은 2008년 이후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돼 2011년에는 실제 당기순손실이 2000억원에 달했다. 강 전 회장은 재기불능 회사를 연명시키기 위해 11개 계열사에 STX건설 기업어음(CP) 1784억원어치를 사도록 했다.
이 중 948억원 상당은 상환되지 않았다. 또 ㈜STX에게 STX건설과 허위 공사 계약을 맺도록 한 뒤 선급금 명목으로 231억원을 지원토록 했고, STX건설이 군인공제회로부터 빌린 1000억원에 대한 연대보증에 STX중공업을 끌어들였다.

STX조선해양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2조3264억원 규모의 분식 회계로 재무제표를 꾸며 이를 근거로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9000억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1조7500억원어치의 사기성 CP도 발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회계분식, 개인회사 부당지원 등이 STX그룹 부실 심화의 중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STX그룹은 결국 지난해 4월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갔으며 채권은행은 10조원 이상의 지원금을 투입해야 했다.

강 전 회장은 2008년 1월부터 임원 9명에게 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뒤 되돌려 받아 15억6000만원을 챙기고, STX에서 32억원을 가불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른바 ‘정·관계 로비 리스트’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비자금 사용처는 계속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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