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보다 좋은 ‘당권’…‘단일화’가 부른 2차 내전 [21대 대선]

대권보다 좋은 ‘당권’…‘단일화’가 부른 2차 내전 [21대 대선]

친윤계 ‘당권’ 조건 단일화 의혹…한 달간 두 차례 당권투쟁
국민의힘 관계자 “개혁신당 발표에도 반박 없어”
“대선 안중에도 없이 당권 노려…대선까지 최선 다해야”

기사승인 2025-05-23 06:00:09 업데이트 2025-05-23 11:02:43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대하빌딩 캠프에서 해단식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단일화가 2차 당권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친윤계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에게 당권을 약속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친한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대선보다 당권에 관심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구태 친윤들은 제 탓을 하고 싶어한다. 이준석 후보에게 당을 넘기겠다고 야합을 시도하는 중”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은 부정선거 영화를 보고, 김건희 여사는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친윤들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찾아 당비로 하와이 여행을 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이기자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상한 행동으로 한 전 총리를 띄우고, 전한길씨를 부르면서 이길 수 있는 판을 망가뜨렸다”며 “제대로 절연해야만 (대선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가 친윤계를 정면 비판한 배경으로 ‘단일화 조건’이 꼽힌다. 이종훈 개혁신당 공보단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친윤계 인사들이 당권을 조건으로 이준석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이들은 대선 이후 한 전 대표가 당권을 차지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이번 대선 승패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9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와 격돌 후 퇴장하고 있다. 임현범 기자

조기대선 60일 동안 벌어진 두 차례의 당권투쟁


국민의힘이 제21대 대선에서 당권투쟁에 돌입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1차 당권투쟁은 한덕수 단일화에서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제5차 전당대회 직후 김문수 대선 후보에게 단일화 압박을 했다.

김 후보는 3선 국회의원(15·16·17대)과 두 차례 경기도지사를 역임해 정치적 경험이 많다. 대선 조직을 활용해 당권에 도전할 경우 막기 쉽지 않다. 반면 당에서 밀어준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50년간 공직 생활을 해 당내 기반이 없어 대선 후에도 위협적이지 않다.

차기 당권은 2026년 6월에 치러지는 ‘제9회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방선거는 총선 전 시·구의원으로 지역조직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역조직은 총선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당과 후보 간 힘 싸움으로 ‘전당대회’ 효과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전 당원 설문조사를 동원해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압박했다. 김 후보 측은 당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하기도 했다.

결국 전 당원 설문조사에서 김 후보가 살아남으면서 강제로 갈등이 봉합됐다. 그러나 조기 대선이 짧은 만큼 완벽하게 감정의 골이 사라진 상태는 아니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자유진영의 결집이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통합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개혁신당 측에서 ‘당권’ 제안 단일화 내용을 발표했음에도 누구하나 반박하지 않고 있다”며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선은 안중에도 없이 당권을 노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렇게 되면 대선 동력을 재차 잃어버리게 된다. 한 전 대표를 견제하려고 이준석 후보를 지렛대로 이용하다가 역공을 당하게 된 셈”이라며 “대선 당일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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