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세상 사람들에게 만드는 즐거움을 다시 돌려주고 싶어요”

[쿠키人터뷰] “세상 사람들에게 만드는 즐거움을 다시 돌려주고 싶어요”

기사승인 2014-05-23 07:53:00

3D프린터 제조업체 오픈크리에이터즈 강민혁 대표

[쿠키 생활] “모든 사람이 3D프린터를 갖고 싶어 하죠. 그 마음은 저도 알고 있고요. 저 역시 3D프린터가 신기했으니까요.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는 지 알려줄 사람이 현재까지 전무한 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저희는 스스로 3D프린터를 만들어야만 했죠. 결과적으로 제 인생뿐만 아니라 국내 3D프린터 시장의 전환점이 되기도 했고요.”

강민혁 오픈크리에이터즈 대표는 세종대학교 나노신소재공학과에 학적을 둔 ‘대학생’이다. 휴학 상태로 3D프린터 제조업체 오픈크리에이터즈를 운영하고 있는 그도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TV에서 3D프린터를 볼 수 있는 평범한 공학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군 전역 후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와 함께 3D프린터 제작을 시작했다. 현재 강 대표는 법인운영을, 친구는 동업자로서 설계를 담당하고 있다.

“그 친구가 설계를 하면 제가 조립과 테스트를 하는 방식으로 3D프린터를 만들었어요. 사실 3D프린터가 흥미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복잡한 기계거든요. 공학도라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노력과 공부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하고요. 우리의 제작 과정과 완성품을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어요. 전주에 있는 한 사업가의 제작의뢰가 들어올 정도였으니까요.”

제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낀 강 대표는 오프라인 공간 ‘해커스페이스서울’에서 수차례 직접 제품 제작 워크숍을 개최했다. 고가의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사람들로부터 교육비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세금계산서 발행과 같은 경영적 문제에 부딪혔다. 애초에 창업을 생각했다기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수능 공부을 뛰어넘는 열정과 노력을 감탄한 부모님도 창업을 염두에 둔 그의 휴학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창업을 원한 강 대표와 달리 “공부를 마친 후 취업을 통해 경험과 비용을 마련하고서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부모님의 완곡한 반대에 강 대표는 휴학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강 대표는 “휴학 후 부모님께서도 사업자 등록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과거 중소기업청에서 3000만원 지원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를 위해선 법인을 세워야만 했어요. 창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더군다나 아직 대학생 신분이잖아요. 빚만 없다면 당장이라도 사업을 접고 대학교로 돌아갈 수 있으니 부모님께서도 허락을 하신 거죠. 물론 부모님께서 반대하셨다하더라도 제 꿈을 접지는 않았을 거예요. 어찌됐든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허락을 안 할 수도 없으셨겠죠.”

우여곡절 끝에 젊은 나이로 3D프린터 ‘아몬드’를 출시했을 당시 업계의 반응은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아직 태동기에 지나지 않은 우리나라 3D프린터 시장에서 출시되는 제품들은 기계로만 보이는 모습을 갖고 있는 반면 아몬드는 디자인이나 기능 어느 부분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아몬드 출시 당시 ‘제품다운 제품이 나왔다’는 말이 나올 만큼 사람들이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아몬드는 독일 ‘레드닷디자인어워드2014’에서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상’을 받을 만큼 디자인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업체 차원에서 3D프린터로 디자인상을 받은 건 저희가 처음이거든요. 오프라인으로 정식 출시한 게 2월부터인데 그 전까지는 포털사이트 카페를 통해 판매했어요. 판매한 숫자만 보면 전년 동기 대비 네배 이상 될 거예요. 일본에는 곧 수출이 될 거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이야기가 오가고 있죠.”

하지만 창업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출시한 3D프린터를 구입한 사람들이 여러 문제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례를 접할 때마다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시장을 어지럽히는 업체들로 인해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는 “어차피 우리가 모든 걸 알 수는 없는 일이고 힘들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며 “최악을 생각했더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오픈크리에이터즈가 내놓은 3D프린터 아몬드의 가격은 192만원. 결코 저렴한 비용은 아니다. 하지만 강 대표는 “현재는 재미보다 정말 3D프린터가 필요한 사람들이 구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격을 포기하더라도 그만큼의 퀄리티와 신뢰도가 보장돼야 한다”며 “물론 가격 절감은 반드시 이뤄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국내 시장의 초석을 쌓는 업체 대표로서 3D프린터에 대한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우리 회사의 모토는 ‘세상 사람들에게 만드는 즐거움을 되찾아 주자’는 겁니다. 이걸 전 세계로 확대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고요. 스스로 뭔가를 만드는 문화를 대한민국에 심어주고 더 나아가 우리만의 생각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릴 거예요. 우리나라 3D프린터 전망은 밝은 편이에요. 단, 업계 관계자들이 뜻을 모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야만 가능한 얘기죠. 오픈크리에이터즈도 여기에 큰 도움이 되고 싶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기자 smw@kukimedia.co.kr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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