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보상금 지급해야”

법원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보상금 지급해야”

기사승인 2014-05-25 13:59:00
[쿠키 사회]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치르느라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무원의 유족들이 보상금을 지급받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정형식)는 “공무원 김모씨의 아내 이모(58)씨가 ‘유족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당시 공무원연금공단은 “김씨의 사망이 공무와 무관하다”며 유족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는 대회 질서유지 업무와 보육아동 분야의 추경예산안 확보 등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며 주말까지 근무했다”며 “업무 수행 도중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로 우울증이 악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당시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과로·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외에 김씨가 자살할만한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평소 ‘성실한 완벽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던 김씨는 2011년 2~3월 병원에서 우울증 입원치료를 받았다. 근무평정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좌절했던 것이다. 다행히 김씨의 병세는 호전돼 7월 보건복지여성국으로 자리를 옮겨 새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8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개막하면서 김씨의 우울증은 다시 악화됐다.

대회 관리 업무에 보육아동 업무까지 겹쳐 주말에도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회 폐막까지 3일 남겨둔 날, 가족들은 피로에 지친 김씨에게 경기장에 가지 말고 쉬라고 권했다. 하지만 그는 “전 공무원이 다 해야 하는 의무”라며 “출근 여부도 기록된다”고 말하며 집을 나섰다.

이날 야근을 하고 자정 지나서 귀가한 김씨는 아내가 목욕물을 준비하는 사이 아파트 11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동필 기자 mymedia09@kmib.co.kr
김동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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