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참모진·권력기관장 TK는 전멸… PK·법조인 대약진. 왜?

청와대참모진·권력기관장 TK는 전멸… PK·법조인 대약진. 왜?

기사승인 2014-05-27 01:44:01
[쿠키 정치]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부산·경남(PK) 출신 인사들의 잇따른 중용과는 대조적으로 대구·경북(TK) 인사들의 존재감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진과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 인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PK·법조인 출신들의 대약진과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박 대통령의 ‘인사 리스트’에서 이제 TK 출신은 사라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참모진·권력기관장 TK는 전무, PK·법조인 대약진 뚜렷=현재 박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중에서 TK 출신 인사는 전무하다. 현직 수석비서관 9명의 출신지를 보면 경남 2명, 서울 2명, 충남(대전) 2명, 경기 1명, 전남 1명, 강원 1명이다. 전체적인 지역안배는 고르게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박 대통령의 출생지인 TK 출신은 한 명도 눈에 띄지 않는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를 거쳐간 전직 참모진(대통령비서실장 포함)까지 포함한 15명의 면면을 봐도 TK 인사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 한 명에 불과하다. 서울(3명), 전남(2명)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반면 전현직 15명 가운데 보면 PK 출신은 가장 많은 5명이다. 김기춘 비서실장(경남 거제), 홍경식 민정수석(경남 마산), 최원영 고용복지수석(경남 창녕)에 허태열 전 비서실장, 최성재 전 고용복지수석(이상 경남 고성) 출신이다. 참모진으로 분류되진 않았지만 대통령 경호업무를 총괄하는 박흥렬 경호실장 역시 부산 출신이다.

감사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국가정보원장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 인사를 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산), 김진태 검찰총장(경남 사천) 등 핵심 사정기관장 2명이 PK 출신인 반면 TK 출신은 없다.

PK 출신 외에 법조인의 요직 임명 역시 현 정부에도 두드러진 인사 현상 중 하나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법조인 출신은 중용됐지만, 박근혜정부에서 ‘법조 약진’은 갈수록 두드러진다. 특히 사정라인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수석은 물론, 민정·공직기강·법률·민원비서관이 모두 법조인 출신이다. 최근 국정원 2차장에 임명된 김수민 전 인천지검장이나,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장에 오른 최성준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말할 것도 없다.

내각은 지역별 편중 현상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내각을 총괄 지휘하는 국무총리는 ‘PK·법조인 조합’이 더욱 뚜렷하다. 정홍원 총리(경남 하동), 안대희 총리 후보자(경남 함안)는 모두 PK이자 검사 출신이고,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뒤 초대 총리 후보자까지 올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까지 포함하면 3대 연속 법조인인 셈이다.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공식 임명되면, 청와대와 내각을 지휘하는 사령탑은 모두 전직 검사로 채워진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법조인을 중용하는 이유는 법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대통령의 국정철학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제 공교롭게도 입법·행정·사법부의 3부요인이 전부 PK 인사들로 구성될 가능성도 높다. 차기 국회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정의화 새누리당 의원은 경남 창원, 양승태 대법원장은 부산 출신이다.

◇TK 소외는 의도적 배제? 우연의 연속?=사정기관과 청와대 참모진에서 유독 TK 출신 인사들이 배제되는 것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대구 출신인 박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감 때문에 동향 출신 인사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고, 현 PK 인맥의 대부 격인 김기춘 비서실장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TK 인사를 중용할 경우 ‘제 식구 챙기기’나 ‘TK가 다 해먹는다’는 식의 정치적 논란이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해석했다. 동향 출신 인사를 중요한 자리에 앉힐 경우 대통령만 바라본다는 식의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날 수 있어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미다. 다른 여권 관계자도 “대통령이 TK 인사를 중용하지 않아도 대구·경북 지역은 어차피 현 정부의 든든한 지지지역이라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의 영향력을 꼽는 분위기도 야권과 여권 일부에서 나온다. 한 관계자는 “김 실장 임명 이후 특히 사정 분야를 중심으로 PK 인사들이 약진하는 것을 보면 김 실장의 영향력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출신지역보다 자신과 업무방식이 맞는 인사를 기용하는 것이고, 공교롭게 PK 출신들이 이런 방식에 맞아떨어진 것일 뿐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에 TK 출신 인사들에 대해 느꼈던 섭섭함 때문에 지근거리의 참모로 두지 않는다는 시선도 있다. 아버지에 의해 등용돼 출세한 이들이 하나같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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