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일베저장소(일베) 회원이 조작한 시를 페이스북에 게재하면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와 비슷하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일베 회원들은 “문재인도 일베한다”는 식으로 시시덕대고 있다.
논란은 문 의원이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데텐란트의 체코군’이라는 제목의 시 한 편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문 의원은 “지금도 노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분들에게 시를 한편 보여드리고 싶다”며 ‘오래된 생각이다’ ‘삶과 죽음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집 뒤뜰에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다오’라는 시구를 언급했다.
문 의원은 “(시구가) 노 대통령이 남긴 유서의 문구와 똑같다”며 “몇 달 전 시 동호회 카페에서 이 시를 처음 봤을 때 저는 깜짝 놀랐다”고 적었다. 이어 “노 대통령이 언젠가 이 시를 읽었고, 그 시구들이 그의 무의식 속에 남아 있다가 유서에 표출된 것일까요? 아니면 우연의 일치일까요. 어느 쪽이든 죽음을 앞둔 두 사람의 시공을 추월한 의식의 일치가 놀랍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문 의원은 그러나 해당 시와 시인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작가 이름이 패트릭이라는 것 외에 아는 게 없다. 검색을 해도 나오는 것이 없어 실제로 시인이 그 때 사망했는지도 알 수 없다. 시인에 대해 더 아는 사람이 있으면 글을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문 의원 페이스북을 찾은 네티즌들은 “놀랍고 슬프다” “믿기지 않는다” “소름 돋았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문제의 시는 일베 회원이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변형해 쓴 자작시로 드러났다.
조갑제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일베 회원은 일베 게시판과 블로그에 ‘문재인 페북글 그거 내가 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한심한 대한민국 제1야당 대통령 후보 문재인. 내가 지난해에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뻘글(쓸데없는 글)을…. 소름 돋네. 이 의미 없는 글에 감명을 받고”라고 비아냥댔다.
문 의원이 일베 회원의 글을 잘못 인용한 사실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문 의원에게 해당 글을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문 의원은 “제가 올린 시는 인터넷 카페에 체코어와 번역이 함께 올라와 있다. 그런데 시가 조작되거나 번역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 체코어를 아시는 분은 한번 살펴봐 달라”고 글을 남겼다.
문 의원이 확인을 요청한 체코어로 된 시도 일베 회원이 직접 작성한 것이다. 이 회원은 지난해 2월 일베의 원조격인 디시인사이드에 ‘러시아 GDP는 2조 밖에 안되는데 그 군사력 유지하는 거 보면’이라는 제목으로 문 의원이 게재한 시를 최초로 작성했다.
일베 회원들은 “문재인도 일베한다” “이게 문재인 수준” “盧벨문학상 감” 등의 댓글을 달며 시시덕대고 있다. 일베를 혐오하는 네티즌들은 “일베충들이 또 한 건 했네”라거나 “일베충들을 격리하자”며 비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체코어가 함께 적혀 있었다 하더라도 확인하지 않고 글을 올린 문 의원의 실수도 가볍지 않다”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인터넷 내공을 좀 더 키우셔야 할 듯”이라고 적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