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불 끄는데 자존심 짓밟나” 소방방재청 해체 소식에 일선 소방관 분노

“목숨 걸고 불 끄는데 자존심 짓밟나” 소방방재청 해체 소식에 일선 소방관 분노

기사승인 2014-05-29 20:31:00

[쿠키 사회] 119소방관들이 구조 활동을 할 때 사용하는 물품을 자비로 구입한다는 국민일보 쿠키뉴스 보도 이후 소방공무원들에 대한 처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2004년 독립 외청으로 승격해 재난관리를 전담해온 소방방재청이 사실상 해체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선 소방관들이 분노하고 있다.

29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신설될 국가안전처는 소방과 해양안전, 특수재난을 담당하는 각각의 본부와 안전관리 관련 실로 구성될 예정이다. 안전관리 부문에는 현재 안행부의 안전관리본부가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소방방재청은 차관급인 청에서 1급인 본부로 ‘강등’되는 셈이다. 청장인 소방총감(치안총감) 계급도 사라지게 된다. 이에 대해 소방공무원들은 “ 행정직 공무원 중심의 조직에서 지휘를 받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이날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소방 해체를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와 하루 만에 3만여명이 서명했다. 이 글을 작성한 A씨는 “현장에서 뛰는 소방관으로서 너무 비정상적인 일들이 벌어져서 이렇게 글을 쓴다”고 운을 뗐다.

그는 “내일이면 국가안전처 신설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이 입법예고 된다. (법이 시행되면) 묵묵히 일 잘해온 소방이 해경과 같이 1계급 강등돼 해체 흡수된다. 최고 계급인 소방총감을 없애버리면서까지 소방공무원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행정직 관료들에게 소방은 취임식 때 의자 닦는 도구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냐. 재난현장에서 목숨 걸고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조직을 강등시키면 일선의 소방관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겠나? 누가 지휘를 받겠나?”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A씨는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재난관리 전담기구 소방방재청이 2004년 신설되면서 인력과 장비 문제가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소방의 이미지는 노후화된 장비와 부족한 인력으로 대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국가안전처 조직에 1만여 해경은 국가직이고, 4만여 소방은 지방직인 것은 아이러니”라며 “해양에서 사고 나면 국가재난이고 육상에서 사고 나면 지방재난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얼마나 답답하면 일개 소방관이 이런 글을 올리겠느냐. 정말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 나라의 안전을 보면, 그 나라의 품격을 알 수 있다. 단언컨대 국가개조와 국가안전처의 시작은 소방조직을 제대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국민 여러분이 우리 119소방의 119가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믿음 가는 조직을 왜…” “처우도 열악한데 명예마저 깎아내릴 셈이냐” “국가안전처장은 정무직이 아닌 소방관 출신이 맡아야 한다” 등의 댓글을 달며 일선 소방관의 분노에 공감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