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공영방송 KBS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 유리하도록 막대그래프를 조작했다는 비판을 샀다. “국민들로부터 세금 성격의 시청료를 받아 챙기는 공영방송사가 치졸한 방법으로 국민을 우롱했다”는 비난이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일자 KBS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KBS는 그러나 문제의 그래프를 원래대로 슬쩍 복구해 잘못을 시인했다.
문제가 된 그래프는 KBS가 29일 밤 ‘마지막 여론조사… 경기·부산·강원서 초박빙’이라는 제목으로 내보낸 기사에 포함됐다. 여론조사는 K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것으로 각 지역별 1, 2위를 달리는 후보들의 지지율을 비교한 그래프가 실렸다.
하지만 그래프가 이상했다. 새누리당 후보가 뒤지고 있으면 격차가 작게 그려져 있었고, 새누리당 후보가 조금이라도 앞서고 있으면 격차가 매우 크게 표현돼 있었다.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34.9%)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48.7%)의 지지율은 무려 15%포인트 가까이 격차가 났는데도 그래프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상한 점은 세종시장의 그래프와 비교해 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세종시장 선거의 유한식 새누리당 후보(41.3%)와 이춘희 새정치민주연합 후보(40.6%)의 격차는 0.7%포인트 밖에 나지 않는데 서울시장 그래프의 격차보다 훨씬 더 크게 표현돼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KBS는 새누리당 후보가 뒤지는 충북지사나 인천시장의 그래프는 격차를 작게 표현하고 새누리당 후보가 앞서는 경기지사의 그래프는 비정상적으로 크게 그려 넣었다.
네티즌들은 기사가 나가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인터넷에서는 “정확한 수치를 표현하지 않은 걸 보니 누군가 입김이 작용한 게 틀림없다” “국민을 미개하게 봤구만, 저런 거짓말로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어이가 없다” “우리 국민들로부터 세금과 똑같은 시청료로 받아 방만하게 운영되는 KBS가 이렇게 국민을 우롱하다니 참을 수 없다” “유치하고 졸렬한 KBS의 더러운 조작, 시청료 토해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KBS는 청와대 등 권력으로부터 보도협조 요청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KBS 양대 노조가 길환영 사장 해임 등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돌입한 상태에서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편향된 보도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KBS는 그러나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KBS측은 “막대그래프를 그리는 과정에서 5개 지역(세종, 경기, 부산, 강원, 광주)을 담당한 제작자가 범위를 넓게 잡아 1위와 2위의 격차 표시가 실제 지지율 차이에 비해 지나치게 도드라져 보인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특정 정당에 유리한 모습을 보일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KBS는 문제의 기사가 나가고 하루가 지난 30일 해당 그래프를 제대로 된 그래프로 대체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