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만도 못한 XX” “살인자”… 세월호 이준석 선장 첫 공판서 유족들 울분 터트려

“짐승만도 못한 XX” “살인자”… 세월호 이준석 선장 첫 공판서 유족들 울분 터트려

기사승인 2014-06-10 19:08:55
“짐승보다 못한 XX”, “살인자”, “아주 씩씩하게 잘 들어온다”

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첫 재판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울분을 참지 못했다.

10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은 분노와 슬픔이 뒤범벅이 됐다.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선장 등 4명,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또는 유기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11명 등 피고인 15명에 대한 첫 재판이다. 사고 후 유가족과 피고인들이 처음 대면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가 진행한 재판 실황은 보조법정인 204호로 실시간으로 영상과 음향이 전달돼 유가족 등이 방청했다.

검찰이 기소장을 낭독하는 동안 수의를 입은 이 선장 등 피고인들은 고개를 숙인 채 법정 바닥을 내려다보거나 이따금 재판부와 방청석을 번갈아 쳐다보기도 했다.

박재억 광주지검 강력부장은 미리 적어온 공소사실을 읽던 중 감정에 복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방청객에서도 유가족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김병권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시간이 흐르면 상처가 아문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시간은 정지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요즘도 교복을 입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엄마, 아빠 나 왔어’라고 말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피고인들이 탈출하라는 방송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도망가려고 했던 순간에 안내라도 했다면 아이들은 살 수 있었다”며 “이것이 살인이 아니라면 무엇이 살인인지, 피고인들은 승객뿐 아니라 가족의 영혼까지 죽였다”고 비난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은 피켓을 들고 법정에 들어가려다 이를 제지하는 법원직원들과 10여분 간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불상사에 대비해 법정 내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방호원을 평소보다 늘리고 응급처치 요원도 별도로 대기하도록 했다. 경찰도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법원 안팎에 250여명을 배치했다.

재판에서는 수학여행단 등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성립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은 이준석(69) 선장 등 피고인 수가 15명으로 많은데다 이들의 혐의를 정리한 검찰의 기소장을 읽는 데만 3시간 가량이 걸렸다.

앞서 광주지법은 오전 11시 내·외신 기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법원 측이 재판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는 것은 그동안 관행에는 없던 일이다.

한지형 공보관은 간담회에서 “재판진행 상황을 국민들에게 신속히 알리기 위해 법원이 그동안 관행을 깼다”며 “첫 재판은 본격 심리를 앞두고 검찰과 변호인 간 쟁점을 정리하면서 구체적 심리계획을 세우기 위한 공판준비 절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지법은 피고인석 등 법정을 재판규모에 맞게 개조하고 방청권도 미리 배부했다. 또 재판부와 검사석, 피고인석 등 그동안 촬영금지 구역이던 법정 내부에 카메라 3대와 경기도 단원고 수학여행단 학생들의 증언에 대비한 화상 모니터도 설치했다.

광주지법은 첫 재판을 시작으로 매 재판 직후 30분마다 별도 언론브리핑을 통해 재판상황을 요약해 공개하고 다음 재판 일정 등을 안내해주기로 했다.

‘재판준비기일’이라고 불리는 이번 재판은 향후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한 것으로 핵심 쟁점과 증거채택을 마칠 때 마무리된다. 통상 3개월 안에 종결하며 횟수는 제한이 없다.

재판은 재판부에 이어 피고인 15명이 법정에 들어서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피고인들의 신원확인과 진술거부권 고지, 검찰 측의 기소취지 진술, 변호인들의 공소사실 인정여부, 피해자 대표 의견 청취, 증거신청, 증거에 대한 의견진술, 증거채택 여부 결정 등의 순서에 따라 진행됐다.


앞서 이 선장 등은 재판을 3시간여 앞둔 오전 10시40분쯤 법무부 호송버스를 타고 광주교도소에서 광주지검 구치감으로 호송됐다. 이 선장은 호송버스 맨 뒷좌석에 앉았다가 다른 14명의 선박직 승무원들이 모두 내린 뒤 가장 마지막으로 버스에서 내려 구치감으로 이동했다. 광주=장선욱 김영균 기자 swjang@kmib.co.kr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장선욱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