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의 열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는 18일(한국시간) 러시아와의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둔 우리 축구에 대한 축구팬들의 글도 눈길을 끌고 있네요.
최근 가장 ‘핫’한 게시물은 ‘한국축구 총정리’라는 제목의 사진입니다.
한국축구의 역사나 중요선수를 정리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축구대표팀 원톱으로 누가 적합한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대립하는 것을 꼬집으며 우리 축구가 처한 위기를 분석했습니다.
조선시대 당파싸움으로 국력이 쇠한 것처럼 지금 우리 축구도 사분오열돼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명 커뮤니티인 ‘오늘의유머’에 처음 게시된 사진이라는데, 사진을 만든 사람은 아무래도 우리 축구에 대한 애정이 깊은 분 같습니다. 아. 사진은 'zzz'라는 분이 15일 오전 ‘세계축구는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데’라는 제목으로 올렸다네요.
사진은 ‘축구대표팀 원톱은 누가 적합한가?’라는 제목으로 시작합니다. 이 물음을 놓고 동인(조광래 전 감독)과 서인(최강희 전 감독)으로 우선 나뉩니다. 동인은 해외파를 선호하고 서인은 K리그를 중용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동인은 다시 남인과 북인으로 갈립니다. 남인은 “당연히 박주영”이라는 입장이고 북인은 “벤치멤버인 박주영 보다는 손흥민을 쓰자”는 입장이고, 서인은 “국내파에서는 당연히 이동국”이라는 입장입니다.
손흥민 중용론을 내세운 북인은 다시 소북파와 대북파로 나뉩니다. 소북파는 손흥민을 쓰더라도 박주영을 활용하자는 것이고 대북파는 박주영을 기용하지 말자고 하네요.
해외파 박주영을 옹호하는 ‘박빠’ 남인과 국내파 이동국 옹호론을 주창하는 ‘동빠’ 서인들은 축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데 이를 예송논쟁으로 빗댔습니다.
이제 논쟁은 점차 복잡해집니다. 실학은 ‘원톱 버리고 수비나 더 뽑자’고 주장하고 나서고, 서학은 이 보다 한발 더 앞서 “그냥 우리도 제로톱 가죠”라는 입장을 보입니다.
서인도 내부 분열합니다. 김신욱으로 갈아타자는 소론과 이동국을 지키자는 노론으로 말이죠.
유병수를 옹립하려는 사도세자가 등장하고 이는 다시 석현준을 내세우는 벽파와 그래도 유병수를 지키려는 시파로 다시 나뉘네요.
결국 축구계는 탕평론을 내세운 홍명보 감독으로 재편됩니다. 홍 감독은 ‘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의 기치를 앞세우고 “소속팀 활약과 실력이 가장 중요한 선발기준”이라고 강조하지만 “닥쳐라 엔트(으)리는 내가 뽑는다”며 세도정치를 펼치는 내용으로 사진은 끝이 납니다.
게시물은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웃자고 만든 게시물이지만 한국축구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데다 날카로운 비판이 섞여 있다는 거죠.
축구팬들은 “우리 축구의 갈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 “사도세자, 실학 나오는 부분에서 크게 웃었다”면서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축구의 요즘 경기력이 좋지 않으니 이런 애증어린 사진이 나온 것 같습니다. 한국축구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길. 그래서 세월호 참사로 침통한 우리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