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까요? 그동안 유치비리 의혹과 함께 살인적인 더위, 노동학대 문제 등이 잇따라 제기되며 개최국 변경설까지 나돌았는데요. 이번에는 좀 더 무시무시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IL(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가 최근 칼리프제의 이슬람국가(IS) 수립을 선포하고 카타르월드컵 개최 불가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ISIL은 ISIS(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로도 불리는 무장단체입니다. 위키백과에 보면 ISIL은 이라크전쟁 초기인 2004년 알카에다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창립됐습니다.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을 점령하며 극단적인 투쟁을 벌여왔는데요. 이 단체는 이라크 민간인 학살 등의 혐의를 받다 지나치게 과격하다는 비판에 따라 지난 2월 알카에다로부터 퇴출된 뒤 독자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ISIL는 최근 온라인 성명을 통해 범이슬람국가를 수립하겠다고 나섰습니다. ISIL의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 대변인은 라마단 첫날인 지난달 29일 온라인 성명을 통해 이슬람국가를 수립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초대 칼리프로 추대하고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부터 이라크 동부 디얄라주까지 통치하겠다고 선포했죠.
이슬람국가 수립 선포로 이라크와 시리아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이란 등 다른 중동국가들에게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슬람국가는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의 정교분리 이슬람국가를 불완전하다고 여긴다네요.
이슬람국가는 인터넷사이트 성명을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를 상대로 2022년 월드컵을 카타르에서 개최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월드컵 자체가 정교일치 이슬람국가에 적합하지 않는다면서 만약 월드컵 개최를 강행하면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할 것이며, 또 자신들에게는 스커드미사일 등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하네요.
테러단체의 허무맹랑한 엄포가 아닌 듯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이슬람국가 선포를 의식한 듯 라마단 대국민연설에서 테러 단체 척결을 강조했습니다. 시아파의 맹주 이란과 카타르 또한 공조 체제를 통해 테러와의 전쟁에 나서기로 했고요.
그동안 숱한 의혹으로 월드컵 개최 논란을 빚어온 카타르로서는 점입가경의 위기 상황입니다.
카타르는 개최국 선정 과정에서 뇌물을 줬다는 의혹을 받아왔는데요.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과 FIFA 집행위원을 지낸 빈 함맘 카타르 축구협회장이 2010년 12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개최국 선정 투표에서 지지표를 얻으려고 아프리카 축구 관계자들에게 500만 달러를 뿌렸다는 것이죠. 또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은 빈 함맘으로부터 234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2011년에 사퇴했습니다.
뇌물은 효과적이었습니다. 투표 결과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와 기반시설이 전무했던 카타르가 개최국으로 선정됐으니까요.
카타르는 이밖에도 노동자 학대 비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2010년 개최지 선정 이후 지금까지 축구장과 도로, 호텔 등을 짓는 동안 1200명 이상의 이주노동자가 숨졌습니다. 12명도 많은데 120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1200명이라니요.
이대로라면 2022년 월드컵 개최 직전까지 무려 4000명의 노동자가 숨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노동자들이 너무 더운 곳에서 과로한 나머지 고열과 탈수증세를 겪다 심장마비로 숨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 사정이 이쯤되니 여기저기서 월드컵 개최지를 바꿔야한다는 의견이 높습니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놓고 우리 한국도 호주와 일본, 미국 등과 함께 경쟁했었는데요. 당시 우리는 호주와 일본을 제쳤지만 미국과 카타르에 밀렸습니다. 월드컵 개최국 재선정,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