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오늘 가고 내일 오는 게 두려웠지만…”

[쿠키人터뷰] “오늘 가고 내일 오는 게 두려웠지만…”

기사승인 2014-07-07 13:49:55

"美대륙횡단레이스 ‘RAAM’ 4810㎞ 완주한 이형모 선수와 팀코리아 크루… “함께 한 이들 있어 완주 꿈 이뤄”

“오늘이 가고 또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함께해 준 크루(동료)들과 응원해준 사람들의 목소리가 포기할 수 없게 했습니다.”

미국대륙횡단레이스 RAAM(Race Across America)은 세계에서 가장 길고 악명 높은 사이클 대회다. 1982년부터 시작된 이 경기의 솔로부문은 태평양에 위치한 오션사이드에서 출발해 대서양에 있는 아나폴리스까지 4810㎞거리를 12일 내에 완주해야 한다. 14개 주를 지나며 미국 3대 산맥을 모두 넘어가기에 30000m가 넘는 고도차를 극복해야 한다. 경기 도중 총 3번의 컷오프가 있는데 하루에 400㎞(서울과 부산 거리)를 달려야 컷오프를 피할 수 있다.

2011년 김기중 선수와 함께 2인조로 출전해 1위로 완주했던 이형모 선수가 이번에는 솔로부문에 출전해 11일 21시간 58분만에 완주에 성공했다. 이로써 아시아에서 두 번째,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RAAM 솔로부문 완주자가 됐다. 이형모 선수와 함께 8명의 크루가 이룬 결과다. 김기준 크루 팀장, 이창범(자전거 정비), 안병식(촬영), 문형곤(사진촬영), 김동영(식량), 이종호(자전거 정비), 정한수(행정), 노무일(선수 트레이너) 크루 역시 또 다른 완주자였다.



“언제가 제일 힘들었냐면, 사실 첫 날 빼고 다 힘들었습니다. 하루에 400㎞를 달리려면 1시간 정도 밖에 못 자죠. 또 체력 소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하루에 1만㎉ 이상 섭취해야 합니다. 조금만 덜먹어도 다음날 다리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금방 몸이 망가지니까요. 오늘은 어떻게든 달렸는데 내일은 버틸 수 있을까 두려웠죠.”

하루 종일 패달링을 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사막의 폭염 속에서 달릴 땐 몸의 열이 안 식혀져 몸이 제 기능을 못했고 아팔래치아 산맥을 넘을 땐 폭우를 맞아 달리기가 힘들었다. 로키 산맥을 넘고 나니 이번엔 기온이 떨어져 추위에 적응해야 했다. 가장 큰 고통은 역시 수면부족이었다. 일정이 촉박하니 졸다가 넘어져 다치기도 하고 환각에 시달리기도 했다.

크루들도 “마지막에 시간이 부족해서 야간이나 새벽에 많이 달렸는데 이형모 선수가 잠에 취해서 정신을 잃고 라이딩을 한 적이 많았다”며 “소리를 그렇게 질러도 잠을 못 깨니까 사고날까봐 걱정돼서 지켜보기가 무서웠다”고 입을 모았다.

문형곤씨는 “9일째 이형모 선수가 10~20분 정도 잔다고 했는데 1시간이 지나도 안 일어나 트레이너인 노무일 크루가 마사지를 해주면서 깨우니까 겨우 일어났다”며 “그런데 얼굴을 보니까 도저히 라이딩을 할 수 있는 얼굴이 아니었는데도 다시 일어나 자전거를 타더라. 어떻게 그런 의지를 가지고 했는지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형모 선수는 완주의 공을 크루들에게 돌렸다. 솔로 부문이지만 결코 선수 혼자서 완주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라는 것. 이번 대회에서 차량 2대를 운영했는데 선수를 따라다니며 서포트하는 차량 한 대와 미리 각 스테이지로 이동해 행정 처리를 하고 선수와 크루를 위해 준비를 하는 서브 서포트 차량 한 대였다. 외국의 경우 캠핑카라반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팀코리아 크루들은 좁은 차량에서 제대로 씻지도 자지도 못하고 교대로 운전해가며 선수를 보조했다.

이형모 선수는 “크루들이 오로지 개인적인 친분으로 연차를 쓰거나 생업을 중단하면서까지 대회에 함께 해줬다”며 “나만큼이나 잠을 못 자면서 물심양면으로 서포트를 해줬기에 컷오프를 2시간 남겨두고 완주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RPM스포츠, 몬츄라코리아, 트렉코리아, 위아위즈, TS스포츠, 오디바이크, RH클럽스, 스미스코리아, ENDURE, 넥시스, SK텔레콤, 코오롱스포츠뉴트리션, 바디플래닛짐, MCS, 니모이큅먼트까지 후원사들의 도움 덕에 대회를 잘 마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팀코리아는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모금활동도 진행했다. 강릉 자비원, 구미 꿈을 이루는 사람들과 재활 중인 김선영 상주시청 사이클 선수, 시각장애인 김종규 사이클 선수를 후원할 계획이다. 1억원을 목표로 기부금도 받고 기념 저지도 판매했다. 8월 중으로 전달식을 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그런 대회 나갈 수 있었고 완주했다는 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RAAM 기간동안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팀코리아 대원들이 한 마음으로 공통의 가치를 이뤄냈다는 게 굉장히 가슴 벅차고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많은 어려움들이 있는데 그 어려움에 주저앉거나 포기하기 보다믄 목표를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리고 나 혼자 힘이 아니라 주변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나아간다는 것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해 줬습니다. 또 자전거를 타면서 나눔 속에 피어나는 행복까지도요. 우리나라 라이더들에게 이런 가치를 알려주고 싶습니다.”

김 난 기자 nan@kukimedia.co.kr"
na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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