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위반 50대에 35년만에 국가 배상 판결

‘긴급조치’ 위반 50대에 35년만에 국가 배상 판결

기사승인 2014-07-20 16:47:55
1979년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불법 구금돼 폭행당한 50대에게 35년 만에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방법원 제5민사부(재판장 이일염 부장판사)는 황모(59)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황씨에게 4000만원, 황씨의 어머니 오모(79)씨에게 10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위헌·무효라고 결정한 긴급조치 제9호에 근거해 영장 없이 황씨를 불법 구금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폭행 등 가혹행위를 했다”며 “수사관들의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는 수사관들의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일 뿐 아니라 수사라는 직무집행 형태를 갖춰 일어난 것이므로 국가는 황씨와 그의 어머니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 국가는 옛 예산회계법상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 동안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소멸한다”며 “1979년 12월 8일에 석방된 황씨는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이 지나 손해배상 청구 권리가 사라졌다고 항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시효 소멸 이전에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이라는 법원 판단이 없는 상태에서 황씨가 국가를 상대로 불법 구금 등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어렵다”며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황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그러나 황씨 아내와 자녀 2명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황씨가 결혼하고 자녀가 출생한 시점은 황씨가 석방된 날로부터 7년 이상 지났고 긴급조치 제9호의 근거였던 유신헌법이 폐지됐던 점에 비춰보면 황씨 아내와 자녀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불이익을 받았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1979년 10월 20일 부산대 근처에서 서점 일을 하던 황씨는 당시 집권층 퇴진 등 부산대 학생들의 시위를 선동하는 유인물을 제작 배포해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됐다.

이후 수사관들로부터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하고 나서 같은 해 10월 30일 구속된 뒤 12월 8일 구속취소로 석방됐다.

그러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고 결정하자 그동안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부산=윤봉학 기자 기자
bhyoon@kmib.co.kr
부산=윤봉학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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