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 병마용은 인류 역사의 중대한 유물 중 하나입니다. 워낙 규모가 거대하고 병마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정교하고 훌륭하니 사람들은 병마용을 세계 8대 불가사의로 꼽기도 합니다. 그만큼 병마용을 둘러싼 다양한 수수께끼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예전에는 그 존재 자체조차 미스터리였다고 합니다. 한서나 사기와 같은 역사책에 분명히 그 존재가 적혀 있는데 대체 어디에 있는지 발견되지 않았으니까요. 결국 그 의문은 1974년 중국 시안의 한 시골에서 우물을 파던 주민이 병마용을 발견하면서 해소됐습니다.
그렇다고 의문이 모두 풀린 것은 아닙니다. 병마용 출토품 중에는 지금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도 있다는데요. 그 미스터리한 출토품은 바로 청동 장검입니다.
‘더 월드 지오그래픽’ 등에 따르면 병사들이 들고 있던 90㎝ 검은 녹슨 곳 하나 없이 짱짱합니다. 마치 직전에 제작된 것처럼 말이죠. 2200 여 년 전 제작됐을 텐데도 여전히 이렇게 멀쩡하다니 정말 신기합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 청동 장검의 표면은 크롬 도금 기술로 처리됐다고 합니다. 청동 장검뿐만 아니라 함께 출토된 창이나 극(戟), 화살촉 등에도 크롬 도금 처리가 돼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인류는 20세기에 들어서야 크롬 도금 기술을 깨우쳤다고 합니다. 1937년 독일에서 발명됐다고 하는군요. 그러니 2200여년 전 진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이 기술로 청동 장검이나 창 끝 등에 이런 처리를 했는지 신기할 따름이죠.
기원전 221년 중국 대륙을 통일하며 강력한 제국을 건설한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아다녔을 정도로 불멸의 삶을 꿈꿨습니다. 아마 병마용도 사후 세계를 위해 제작했겠죠.
진시황이 병마용을 남몰래 제작하는 대신 당시의 기술력을 후대에 전수했다면 지금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진나라의 눈부신 기술력도 신기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네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