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260억 먹튀” “로또 우주여행”… 하지만 모두 이소연의 책임일까?

[친절한 쿡기자] “260억 먹튀” “로또 우주여행”… 하지만 모두 이소연의 책임일까?

기사승인 2014-08-13 05:01:55
국민일보 DB


[친절한 쿡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36·여)씨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에서 퇴사했습니다.

항우연은 선임연구원 이씨가 우편을 통해 제출한 퇴직원을 수리했다고 12일 밝혔습니다. 이씨는 휴직 중이었습니다. 사실상 퇴사 상태였죠. 항우연이 퇴직원을 수리하면서 완전히 끝났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우주인이 우리에게 우주 개척시대를 열어줄 여지도 이젠 남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제안이나 이씨의 희망이 없는 한 그렇습니다.

이씨는 정부가 260억원을 들여 추진한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당초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으로 선정돼 러시아에서 훈련 중이었던 고산(38)씨가 규율 위반을 이유로 탈락하면서 이씨는 천금같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1997년 광주과학고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이씨는 2008년 4월 8일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다녀왔습니다.

당시에도 논란은 있었습니다. 고씨가 탈락하면서 기회를 얻은 이씨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냥 곱지 않았습니다.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 참 말도 많았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수년 뒤부터 벌어졌습니다.

이씨는 2012년 8월 항우연에 휴직원을 제출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재미교포 의사와 결혼했습니다. 지금도 미국에서 거주 중입니다. 전공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으로 변경했습니다. 이씨의 항우연 퇴사가 확정되면서 정부의 우주 프로젝트가 이벤트로 끝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비난의 화살은 대부분 이씨를 향하고 있습니다. SNS에는 “260억원짜리 먹튀” “5000만 국민이 한 명을 골라 보내준 우주여행” “이씨의 입국을 불허해야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배신자” “매국노”라는 격한 어조의 비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죠.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씨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씨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겁니다. 이씨는 지난 4년간 우리나라에서 235회의 강연을 진행했지만 이외의 활동은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중력상태를 만들 수 있는 우주실험실조차 없는 상황에서 우주 프로젝트의 진행은커녕 이씨를 연구 목적으로 활동하게 할 인프라가 우리나라엔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SNS에서 “이씨가 우주에 다녀온 뒤 대부분의 활동을 강연에 나서도록 방치한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사명감을 갖거나 성공할 수 있도록 유도하지 못한 게 원인”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상징적 타이틀을 가진 이씨가 공익보다 개인적인 목표를 우선한 점에는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씨가 그렇게 선택할 때까지 방치되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이씨의 진로 선택과 이를 향한 비난 여론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더 추진해야 할 우주 프로젝트에서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로 남게 됐습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독자와 기자, 우리 대화해요! 친절한 쿡기자의 트위터☞ twitter.com/kukinewsroom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