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정신건강, 우리가 책임집니다

암환자 정신건강, 우리가 책임집니다

기사승인 2014-09-16 16:01:55
"함봉진 한국정신종양학회 창립준비위원장

우리나라에도 정신종양학(psycho-oncology)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회가 생긴다.

2005년 말 정신종양학에 관심이 있던 몇몇 의료진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정신종양학연구회가 오는 9월 26일 서울대병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창립기념 학술대회 및 총회를 갖고 한국정신종양학회로 공식 출범한다.

정신종양학이란 암환자들이 흔히 겪는 불면, 불안, 우울, 피로, 식욕부진, 통증, 인지장애, 섬망 등 정신적, 신체적 증상을 조절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치료경과 개선을 돕는 전문분야다.

한국정신종양학회 창립준비위원장을 맡은 서울의대 함봉진 교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대회 개최와 더불어 학회지 창간 및 학회 홈페이지 개설까지 3가지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준비위는 그동안 정신종양학연구회 회장으로, 또 학회 창립준비위원장 역할을 한 함 교수를 총회에서 초대회장으로 추대키로 내정한 상태다.

함 위원장은 ""아직까지 정신종양학은 국내에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근 7~8년 새 암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여러 선생님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정신종양학을 더욱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학회를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정신종양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대가 시급한 과제

함 위원장의 가장 큰 숙제는 정신종양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것이다.

암으로 진단된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끼치는 수준의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보고에 따라 이에 대한 치료적 시도가 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신종양학이란 용어조차 생소해하는 이들도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암환자들이 치료과정 중에 우울감 등의 정신과적 증상을 호소하면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당황하는 의사들이 많았고, 환자들도 본인이 왜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의아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함 위원장은 ""미국이나 호주 등의 서양 국가, 심지어 가까운 일본에서조차 이미 1970년대부터 암환자의 심리사회적 치료를 강조했던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늦은 감이 없지 않다""며 ""환자와 보호자, 국가사회적 관점에서도 이에 대한 인식이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신종양학이라는 용어 자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문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확립하는 것은 또다른 과제다.

암이라는 특정 질병군을 타깃으로 하다보니 그 주체를 정신과 쪽으로 두어야 할지, 종양학 쪽으로 정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현재로서는 종양내과(medical oncology), 종양외과(surgical oncology), 방사선종양학과(radiation oncology) 등과 같이 종양학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미국의 분류방식을 따르기로 했는데, 환자들이 암을 치료받는 것 외에 별도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게 아니라 항암화학요법을 받거나 방사선치료를 받는 것처럼 암 치료과정의 일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정신과 진료를 받는 데 대한 스티그마를 줄여주자는 의미도 크게 작용했다. 암환자라는 스티그마와 더불어 정신장애라는 스트레스까지 환자들이 겪어야 하는 이중고를 덜어주자는 일종의 배려로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선입견이 크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종양학회, 기대도 크다

예상되는 학회 회원수는 현재 연구회에 속한 100여 명 정도로 작은 규모지만 앞으로 학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암 치료율 향상으로 내년에는 국내 암생존자 수만 1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지난 8월 다학제 통합진료제도 도입과 동시에 각종 유관학회에서도 암환자의 정신건강과 전인적 케어에 대한 주제들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정신종양학의 중요성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함 위원장은 ""기존 연구회 조직은 매우 간단한 형태여서 창립 총회를 통해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창립 이후 3~4년 정도 준비기간을 거쳐 학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대한의학회 산하로 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현재 창립준비위원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위주로 조직돼 있지만 간호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는 환자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강조하는 정신종양학의 특성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세계정신종양학회(International Psycho-Oncolocy Society, IPOS)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학술대회 프로그램은 'What have we done and What shall we do?'라는 테마를 가지고 '한국 정신종양학의 역사와 미래', '정신종양학의 활동 범위(scope)'와 소아암, 말기암 환자 및 돌봄제공자 등 '특정군에 대한 맞춤형 케어'라는 3개의 스펙트럼으로 구성했으며 노동영 서울대병원 암병원장과 김종흔 국립암센터 지원진료센터장, 김남희 아주의대 교수 등을 좌장 및 연자로 초청했다.

함 위원장은 ""널리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에서 가능하면 여러 분야에 계신 전문가들을 연자로 모시려고 노력했다""며 ""암환자의 전인적 케어에 힘쓰고 계신 많은 분들의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안경진 기자 kjahn@monews.co.kr"
송병기 기자
kjahn@monews.co.kr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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