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엔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많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수많은 케이블과 종합편성 채널에서 각종 포맷의 방송들이 쏟아진다. 그런데 최근 눈에 띄는 점이 있다. 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 얼마 뒤 비슷한 프로그램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16일 MBC는 추석 파일럿으로 선보인 새 예능 프로그램 ‘헬로! 이방인’이 다음달 중순 정규편성 된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은 외국인 남녀 11명이 1박2일간 함께 생활하며 한국에서 해보고 싶었던 일을 체험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는 “jtbc ‘비정상회담’ 흥하니 또 묻어가는 건가” “SBS ‘룸메이트’의 외국인 버전이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비정상회담은 외국인 패널들이 모여 여러 분야의 한국문화에 대해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룸메이트는 여러 명의 남녀 연예인들이 일정 기간동안 한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는다.
그런데 이렇게 언급된 프로그램들 역시 비슷한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비정상회담에 대해선 남자판 ‘미녀들의 수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녀들의 수다는 2006~2009년 KBS 2TV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끈 프로그램이다. 여성 외국인들이 모여 한국 생활 중 느낀 바를 털어놓는 것이 주였다. 룸메이트는 바로 앞서 올리브TV에서 방영된 ‘셰어하우스’와 꼭 닮았다는 얘기가 꼬리를 문다.
이들 프로그램뿐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KBS2 ‘1박2일’이 꼽힌다. 1박2일은 MBC ‘무한도전’과 비슷한 포맷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만 달리 했다. MBC ‘아빠! 어디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육아 예능 열풍이 불었다. KBS2에서는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SBS에선 ‘오 마이 베이비’가 나왔다.
가수들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인 KBS2 ‘불후의 명곡’은
MBC ‘나는 가수다’와 닮았다. 케이블 채널 tvN의 ‘꽃보다 할배’가 화제가 되자 KBS2에서는 할머니들이 여행을 떠나는 ‘엄마가 있는 풍경-마마도’가 편성됐다.
이쯤 되니 시청자들 사이에선 “뭐 재밌다하면 바로 따라 만든다” “돌려 베끼기가 판을 친다” “한국 예능은 이제 답이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창조는 모방에서 나온다. 기막힌 새로운 아이템을 찾긴 힘들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이 예능을 보며 식상함을 느끼는 건 분명 문제가 아닐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