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웃도어·캠핑 시장 현황과 국내 전망]
국내 아웃도어·캠핑시장, 다양한 활동 늘며 용품 시장 확대 전망
… 재창조 통한 다양한 문화 등 자정작용 필요
삼성패션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웃도어 시장규모는 약 6조9000억원으로 올해도 10% 이상의 신장률을 올릴 것으로 예측됐다. 캠핑시장 역시 지난해 4500억원 규모로 성장한 데 이어 올해 6000억원 규모로 33%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캠핑 인구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올해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고공성장을 거듭해온 아웃도어·캠핑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매년 평균 30% 이상씩 성장하던 아웃도어 시장이 올해 들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며 시장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웃도어·캠핑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성장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과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약 10년 전 아웃도어·캠핑 문화가 크게 유행하면서 성장기와 성숙기 등을 거쳐 현재는 하나의 레저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일본 시장을 살펴보기로 했다. 20여년 전 크게 유행한 ‘일본을 보면 성공이 보인다’라는 책처럼 일본을 보면 향후 국내 아웃도어·캠핑 시장의 미래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캠핑 유행 패턴 일본과 흡사… 가족 여가 활동서 놀이 문화로 진화
먼저 우리나라보다 약 10년 정도 먼저 아웃도어 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한 일본은 미국과 유럽처럼 기능성을 강조한 퍼포먼스 아웃도어 시장이 무르익은 다음, 스트리트 패션을 강조한 라이프스타일 시장이 점차 성장해 왔다. 국내도 물론 비슷한 전철을 밟아왔지만 워낙 빠르게 퍼포먼스 시장에서 라이프스타일까지 확대되다보니 동시에 성장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캠핑은 유행 패턴이 일본과 매우 흡사하다. 일본의 경우 단카이 세대(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로 1947~1949년생)의 레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80~90년대 캠핑 붐이 일어났듯, 우리나라에서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캠핑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또 현재 일본은 단카이 주니어(일본의 제2차 베이비붐 세대로 1971~1974년 출생)들이 자녀와 함께 캠핑을 다니기 시작하며 캠핑시장을 다시 이끌고 있고, 그 이후 세대인 젊은이들 역시 야외 페스티벌과 같은 다양한 축제와 함께 캠핑을 결합하면서 또 다른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일본처럼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감성 캠핑’이 점차 유행하며 음악, 영화, 음식, 레저 스포츠 등 자신의 취미를 즐기기 위한 베이스캠프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또 몇몇 뮤직 페스티벌이 점차 캠핑과 결합하며 젊은층의 새로운 놀이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시장 성장 가능성 아직 높아… 베이비붐 인구·시장 확장성 풍부가 긍정적 요인
여기에 국내 캠핑 시장의 미래는 일본과 비교했을 때 긍정적인 요인이 여럿 있다. 첫째 일본의 단카이 세대는 총 인구의 5.4%에 불과한 반면, 우리나라의 베이비 붐 세대는 총인구의 14.9%나 차지한다. 그만큼 향후 국내 캠핑 시장의 양적 성장이 향후 몇 년간은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로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활성된 것이 아직 10년 남짓에 불과하고 현재 아웃도어 활동도 등산과 트레킹으로 국한돼 시장의 확장성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일본처럼 캠핑을 바탕으로 카약, 서핑, 낚시, 사이클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으로 그 범주를 넓힐 경우 지금의 의류 중심에서 캠핑장비를 비롯해 다양한 아웃도어 용품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유통·멀티숍 형태로 발전… 다양성·전문성 갖춰 원스톱 쇼핑 가능
현재 일본의 아웃도어·캠핑 유통은 대형 멀티숍들이 위주를 이루고 있다. 알펜, 빅토리아, 엘 브레스, 이시이스포츠 등의 경우처럼 번화가 또는 대형 쇼핑몰에 한 층, 혹은 한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아웃도어 의류 위주의 단일 브랜드 숍이 강세를 띄고 있지만, 캠핑의 경우는 워낙 다양한 브랜드와 부피가 큰 제품이 필요한 만큼 대형 멀티숍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또 ‘감성 캠핑’에 걸맞은 독특한 제품들을 선별한 편집매장 또한 많아지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는 일본처럼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쇼핑할 수 있는 멀티숍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된다면 소비자들은 지금처럼 브랜드 숍에서 구색을 갖추기 위해 출시한 용품 대신, 멀티숍에서 각 분야마다 전문성을 갖춘 제품들을 비교해보고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업체 역시 이런 시장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강점을 가진 제품군에 보다 집중하고 기술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업계와 소비자 자정 노력 필요… 가격 경쟁 아닌 품질 경쟁 이뤄야
하지만 이에 앞서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가 동일한 노선을 걷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외국의 브랜드라 해도 발 빠르게 자국화를 이뤄내 일본 아웃도어·캠핑 문화를 다양화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외국의 브랜드의 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발전 없이 흉내만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품의 품질 경쟁이 아니라 모조품을 내세워 가격 경쟁에 열을 올리는 현 시장 상황 역시 업계 관계자들에게 꾸준히 지적받는 문제 중 하나다.
이원택 호상사 마케팅팀장은 “해외에서 큰 명성을 떨치던 브랜드들도 국내에서 라이선스로 전개되며 천편일률적인 제품을 찍어내는 브랜드로 변색되고, 이름만 들으면 아는 국내 업체에서 해외 브랜드의 짝퉁 제품을 내놓는 걸 거리끼지 않는 문화가 산업을 망치고 있다”며 “소비자들 역시 그것에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고 오리지널 제품보다 저렴한 짝퉁 제품을 구입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외 브랜드의 제품의 좋은 부분은 받아들이고 현지에 맞도록 개선해 재창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온 일본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리차드 길포일(Richard Guilfoile) 콜맨 재편 대표는 “콜맨 재팬에서는 일본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제품, 즉 일본의 기후와 조건에 최적화된 상품을 선택하거나 만들어 왔다. 그만큼 일본 캠핑 시장의 발전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아웃도어·캠핑 관계자들도 한국의 기후와 문화에 적합한 제품을 연구개발해야 하며 캠핑이 단순히 먹고 마시는 문화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들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 김 난 기자 na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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