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이 끝난 뒤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한국축구 큰일이다’ ‘한동안 희망 없겠다’는 아니었는지요. 섣부른 기우였을까요? 어린 선수들 실력이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 이승우(16)의 등장은 혜성처럼 빛납니다.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팀 FC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뛰고 있는 이승우가 국가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16세 이하(U-16) 국가대표로 뽑혀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에 참가한 겁니다. 축구팬들은 그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한국 유망주로 유명했지요.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이승우는 지난 17일 열린 시리아와의 준결승전에서 1골 4도움을 기록했습니다. 4경기 연속골이기도 합니다. 매 경기 훨훨 날고 있습니다. 조별예선 2차전서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뽑아낸 골이 시작이었습니다. 폭발적인 드리블로 수비수 5명을 제치고 골망을 흔들었죠. 영국 데일리미러 등 외신들은 “바르셀로나의 원더키드” “한국의 메시”라고 소개했습니다.
태국전에서는 수비수 두 명의 태클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골을 넣었습니다. 이 경기 승리로 한국팀은 조별예선 1위를 확정지었죠.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승우는 일본과의 8강전에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준비한 것만 하면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요. 패기가 넘쳤습니다. 관심을 한껏 모은 일본전에서 그는 멀티골을 기록했습니다. 최진철 감독은 “레벨이 다르다”고 평가했습니다.
인터넷은 들썩였습니다. 매 경기 활약이 이어지며 반응은 점점 커졌습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기사와 사진이 쏟아졌습니다. 네티즌들은 이승우의 활약상을 동영상으로 편집해 올렸고요. “골 결정력 최고다” “그때 나온 패스 봤느냐” “그 장면 대단했다”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이승우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글도 곧바로 화제가 됩니다. SNS 활동이 활발할 나이지요. 그는 사진과 글을 업로드 하는 데도 열심입니다. 경기에 앞서서는 팬들에게 응원을 부탁하고요. 팀 동료들과 찍은 일상사진을 공유합니다. 여기엔 또 “귀엽다” “멋있다”는 등의 댓글이 달리죠.
높은 관심과 환호 속에서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늘 자신감 넘치는 그의 태도를 두고 “겸손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기분이 좋거나 나쁘거나 경기 중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하지만 이제 겨우 16세. 질타보다는 애정이 더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요.
이승우의 경기 모습이나 인터뷰를 보면 스타성이 다분합니다. SNS로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그렇습니다. 최고의 스타 박지성이 떠난 축구계에 새로운 별이 될 수 있을까요? 한국축구의 미래가 조금씩 밝아지는 것 같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