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편중과 분배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제도가 필요하고, 누진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한 중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20일 오후 연세대 100주년기념관 백양콘서트홀에서 특별 강연을 갖고 민주주의와 누진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불평등은 어느 정도까지 효용이 있고, 완전한 평등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고 전제하고, “다만 극심한 불평등이 문제라는 것이고, 불평등이 심화되면 성장을 저해할 수 있고, 민주주의 제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극심한 불평등이라고 했을 때 그 극심하다는 한계점이 어딘가는 역사적 경험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유럽에서 부가 극심한 불평등을 보일 때, 즉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의 수준이라면 위험한 것이고,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쟁이 발발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불평등이 상승한다고 해서 세계화의 효용 자체를 의심할 순 없다”며 “세계화와 개방경제가 세계의 빈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일부 사회와 계층에서 그 혜택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며 “그런 경우에는 제도와 교육, 재정정책 등을 고쳐서 모든 이에게 혜택이 가게 해야 한다. 특히 개도국의 경우, 더 효율적인 분배, 더 효율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관련, “재산세 논의가 진행 중인데 중국에서 아주 중요한 논의가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중국에는 상속세가 없는데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성장으로 인한 혜택이 편중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소와 출판사 글항아리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강연에서 10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메웠으며, 피케티 교수는 자신의 책 ‘21세기 자본’에 대한 강연에 이어 1시간가량 청중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강연에서 “경제가 성장해도 하위층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 불평등이 악화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 현재 상위 10%에 부의 50%가 가고 있고, 이게 앞으로 70%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청중들에게 “토론하고 싸우라”고 주문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제도들은 계속 재창조돼야 한다”며 “불평등이 너무 과도해지면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토론하고 싸우고 행동해야 한다. 자연적으로 되는 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불평등이 왜 생겨나는가를 묻는 질문에 “하나의 메카니즘 때문에 불평등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저는 자본성장률이 경제성장률보다 크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교육의 불평등이나 임금의 차이가 불평등을 낳을 수도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고, 그걸 바탕으로 토론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본인의 이론이 어디에 속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느 학파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면서 “사회과학자로서 소득과 분배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을까가 관심이고, 여기에는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접근법이 다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경제학자들은 너무나 많은 이론을 가져오지만 실제 데이터에 대한 설명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너무나 작은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다”고 비판하고, “저는 큰 문제에 대해 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특히 누진세와 보유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분배 문제와 관련, 중앙은행의 역할에 지나치게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비판했다. “통화정책이나 세제정책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투명한 방법으로 부를 배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2시간가량 이어졌고, 강연 뒤에는 사인회도 열렸다. 피케티 교수는 21일 3박4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