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장애인 주차장이 VIP용?’…아시안게임 황당 주차 방침

[친절한 쿡기자] ‘장애인 주차장이 VIP용?’…아시안게임 황당 주차 방침

기사승인 2014-09-22 16:06:55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장애인 주차장은 VIP가 차량을 타고 내리는 곳이어서 이용할 수 없습니다.”

장애가 있는 서모씨(43·여) 부부는 20일 수중발레 경기를 보기 위해 인천 문학 박태환수영장을 찾았습니다. 눈앞에서 경기를 본다는 생각에 기대감으로 부풀었죠.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장애인 주차장 앞에는 VIP용 배너 간판이 세워져 있고, 관계자는 VIP용이라며 출입을 막았습니다.

서씨는 곧장 친구에게 메시지와 사진을 보냈습니다. ‘아시안게임 보러 왔는데 장애인 주차장은 VIP용이라서 (주차가) 안 된단다. 장애인 주차장이 없다 해서 먼 데 주차하고 걸어왔더니 텅 빈 장애인 주차장이 경기장 입구에 떡하니 있다’라고요. 서씨 부부의 사연은 친구인 우모씨가 페이스북에 올렸고,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사진을 보니 장애인주차장은 VIP용 배너 옆으로 봉을 설치해 장애인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장애인 주차장 안에는 차량 한 두 대가 보이네요. 주차된 차도 장애인 차량이 아니라는 게 서씨의 주장입니다.

확인한 결과 박태환수영장은 당일 주차공간이 부족해 장애인 주차공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인, 장애인 모두 경기장에서 5~10분 떨어진 인근 문학경기장에 주차를 해야 했습니다.

서씨는 장애 5급, 남편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 2급입니다. 주차 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경기장까지 걸어 왔는데 장애인 주차장이 VIP용으로 이용되고 있으니 화가 난 겁니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측은 서씨에게 “지시사항 전달이 잘못됐다”며 “지금은 장애인주차장을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장애인 주차장은 박태환수영장이 아니라 문학경기장을 말하는 겁니다.

서씨는 2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경기장 어디에도 장애인 주차와 관련해 설명해놓은 곳이 없다”며 “장애인 주차장에 인천아시안게임 후원사 차량이 세워져 있더라. 우리가 항의하니 슬그머니 차를 뺐다”고 말했습니다.

박태환수영장 관계자는 “방송중계 차량 등으로 경기장 주차공간이 많이 부족하다. 대회운영을 위해 일반차량의 출입을 통제한 것”이라며 “해당구역은 VIP 차량 이용자들이 내리고, 차를 돌려서 나가는 구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VIP 차량도 주차는 인근 문학경기장에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주차공간을 언론사와 중계차량 등에게 다 나눠주고 보니 장애인주차장 밖에 남는 게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굳이 장애인주차장을 VIP가 타고 내리는 곳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장애인들에게 불편함을 주면서 말이죠. 아쉬움이 남습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
최지윤 기자 기자
jyc8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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