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잊을만하면 ‘또, 또’… 드라마 표절논란, 언제까지 이럴텐가

[친절한 쿡기자] 잊을만하면 ‘또, 또’… 드라마 표절논란, 언제까지 이럴텐가

기사승인 2014-09-25 14:38:55
사진=영화

“베꼈다!” “아니다!”

또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KBS 2TV가 준비 중인 드라마 ‘왕의 얼굴’이 표절논란에 휩싸인 겁니다. 방송은커녕 아직 촬영도 시작하지 않은 드라마에 표절의혹이 제기된 건 이례적입니다.

제동을 건 건 영화 ‘관상’(2013) 제작사입니다. “두 작품의 소재와 설정이 유사하다”며 집어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관상으로 타고난 운명에 의해 왕이 된다’는 기본설정을 비롯해 20여 가지가 그렇답니다. 시대적 배경은 다릅니다. 관상은 단종·세조시대를 그렸지만, 왕의 얼굴은 선조·광해군 시대를 배경으로 했죠. 하지만 제작사 측 주장을 듣고 보자니 ‘어? 좀 비슷하긴 하네?’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속사정은 더 복잡합니다. 제작사인 주피터필름은 “2011년 영화 관상을 준비하면서 소설과 드라마 제작을 함께 추진했다”며 “KBS, KBS미디어와도 2012년 협상을 진행했지만 계약조건이 맞지 않아 결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협상에 나섰던 제작진이 동일한 내용의 드라마를 제작했다는 겁니다. 주피터필름은 “저작권 침해는 물론 심각한 부정 경쟁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주피터필름은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KBS와 KBS미디어를 상대로 제작 및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습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까지 가세해 제작중단 및 표절 여부 검증을 요청했죠. 하지만 KBS 입장은 달랐습니다. “허위주장을 의도적으로 퍼뜨리고 있다”며 강경 대응하겠다고 맞섰죠.

지루하게 이어진 공방이 24일 다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배우 서인국, 이성재, 조윤희가 출연을 확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입니다. 그러나 KBS는 “아직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알려진 내용이) 확정적인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거죠.

사태를 바라보는 네티즌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직도 해결이 안됐나” “배우들은 무슨 죄냐”며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모방이냐” “클리셰(진부한 표현)냐”는 공방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저작권을 지키는 건 중요합니다. 표절이 의심된다면 명백히 밝히는 게 옳은 것이죠. 그런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진실은 베일에 감춰진 채 서로 억울함만 남기 때문이죠.

표절논란은 드라마계의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tvN 드라마 ‘아홉수 소년’도 최근 표절시비에 휩싸였는데요. 대학생 창작뮤지컬 ‘9번 출구’와 인물설정 등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뮤지컬은 본 적도 없고, 기획의도가 우연찮게 겹쳤다”고 답변했습니다. 해당 뮤지컬 작가는 지난 18일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직접 장문의 항의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SBS ‘별에서 온 그대’는 강경옥 작가의 만화 ‘설희’와 표절시비가 붙었지만 강 작가가 소를 취하하며 흐지부지 마무리됐습니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소설 ‘악마의 증명’과 일부 비슷하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작가가 드라마 기획 경위를 상세하게 설명해 논란을 잠재웠습니다. 이외에도 숱한 작품들이 표절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지요.

잊을만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표절논란.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점점 지쳐갑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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