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단통법은 합리적인 차별? 화 부추기는 방통위 ‘소통마당’

[친절한 쿡기자] 단통법은 합리적인 차별? 화 부추기는 방통위 ‘소통마당’

기사승인 2014-10-08 20:33:55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호갱님’(어수룩한 고객)이 되지 않기 위해 법안을 들여다볼수록 소비자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사가 상한선에 한참 못 미치는 10만원 대의 보조금을 내놓자 정부도 당황한 기색입니다. 시행 2주차를 맞은 8일 보조금이 소폭 올랐지만 소비자의 체감은 미미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에 마련된 ‘단말기 보조금 소통마당’은 공론이 아닌 공분의 장이 됐습니다. 이 게시판은 지난 5월 정부가 단통법을 입법예고하면서 만들었는데요, 국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로 신설됐지만 단통법이 시행된 후 등록된 글이 몇 개월간 올라온 글의 두 배가 넘습니다.

게다가 방통위의 답변은 네티즌들의 화를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입니다.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통위의 답변을 캡처한 이미지가 올라왔습니다. 글을 올린 김모씨는 “누구는 비싸게 사고 누구는 싸게 사는 문제 때문에 단통법을 만들었는데 매주 지원하는 보조금이 달라서 손해를 보는 건 공평한 건가”라고 물었습니다.

단통법에 따라 이통사들은 단말기 기종별로 보조금 액수를 홈페이지에 고지해야 합니다. 한 번 고지한 보조금은 1주일 동안 유지됩니다. 조정되지 않은 기기의 지원금은 아무 때나 바꿀 수 있고요. 바뀐 액수는 또 다시 1주일간 유지해야 합니다. 김씨는 이 부분을 지적한 겁니다.

방통위에 답변은 이렇습니다. “단말기 지원금의 공시제가 운영되면 이용자에게 선택권이 그만큼 보장되므로 합리적 차별에는 해당될 수 있지만 부당한 차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 요금제별 차이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합리적 차별에 근거하여 미래부가 입안한 걸로 알고 있다.”

방통위는 단통법 시행령을 제정하면서 같은 날 같은 휴대전화를 살 때 지역 등에 따라 보조금이 달라지는 걸 부당한 차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요금제에 따라 보조금이 다른 건 합리적인 수준의 차별이라고 봤고요. 답변을 적은 방통위 관계자는 이 개념을 빌린 듯합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합리적인 차별’이라는 표현 자체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차별에도 합리가 있을 수 있나. 오늘 처음 알았다” “합리적 차별이라니 신조어를 배우고 간다” “답변자가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죠.

사실 ‘단말기 보조금 소통마당’에 올라온 방통위 측의 답변은 대부분 단말기 가격 정상화와 통신사 요금인하라는 정책목표를 되풀이 하는 수준입니다. 7일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입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최 위원장은 “시간이 지나면 이통사가 지원금을 조정하든지 제조사가 출고가를 조정하든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질 것”이라고 했죠.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리가 만무합니다.

단통법의 비극은 소통하지 못하는 ‘소통마당’부터 이미 예고됐던 게 아닐까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박상은 기자 기자
pse0212@kmib.co.kr
박상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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