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재밌는 사진 한 장이 올랐습니다. 제목부터 눈길을 확 끕니다. ‘흔한 쌍팔년도 신문기사 수준’이라고 적혔더군요. 대체 어떤 기사이기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끌었는지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일단 클릭을 했는데 단번에 이해하긴 쉽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들여다봤지요.
첨부된 사진은 한 신문사가 1988년 발행한 지면기사로 보입니다. 내용이 인상적인데요. 당시 군복의 얼룩무늬에서 ‘김일성 만세’라는 글자를 찾았다는 한 제보자의 주장을 소개했습니다. 그림까지 함께 첨부해 이해를 도왔습니다.
군복에 가득 박힌 무늬 중 일부를 선별해 퍼즐처럼 이리저리 끼워 맞추니 글씨의 형상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발상을 해낸 것조차 신기할 정도입니다. 신문은 이를 “문제의 다섯 글자”라고 일컬으며 “선동구호”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아이고, 의미 없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며 다들 황당해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네티즌은 “자세히 보면 무늬들 중 ‘KFC 치킨’이라는 글씨도 보인다”고, 어떤 이는 “이건 거의 매직아이 수준”이라고 비아냥댔습니다.
절로 헛웃음이 나오는 해프닝이 아닌지요. 한편으론 한숨이 납니다. 남북관계는 2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별반 나아진 게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 날 세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 4일 인천에는 한바탕 소동이 일었습니다. 북측 고위급 인사들이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갑작스럽게 방문을 한 겁니다. 북한의 떠오르는 권력 실세인 황병서(66)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72) ·최룡해(64) 노동당 비서가 남한을 찾았습니다. 놀랄만한 사건이었죠.
남측 고위급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도 긍정적이었습니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다시 고위급 회담을 갖자는 구두협의가 이뤄졌지요. 경색됐던 남북관계에 큰 진전이라는 평가들이 나왔습니다.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는 높아져만 갔지요.
그런데 기대감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불과 며칠 뒤인 10일, 남북은 또 서로를 향해 포격을 가했습니다. 북측이 대북전단을 이유로 먼저 포격했고 우리 군도 맞대응했지요. 북측의 대남 압박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12일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의 조종과 남조선당국의 무책임하고 도전적인 처사로 북남관계가 파국의 원점으로 되돌아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제2차 고위급 접촉은 이미 불투명해진 상태입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런 상황.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예나 지금이나 남북관계는 참 어려운 코미디 같습니다. 이랬다저랬다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입가엔 쓴웃음이 지어집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